“앞으로 모든 공대생들은 전공 불문하고 AI(인공지능)를 기본 과목으로 배워야 한다.”(야니스 오르트소스 미 서던캘리포니아대 공대 학장)
“기술 급변에도 지난 100년간 공대 커리큘럼(교육과정)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공학 교육에도 혁신이 필요하다.”(윌리엄 오크스 미 퍼듀대 공학교육학부 부학장)
24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공학교육 학술 행사인 ‘세계공학교육포럼 및 공과대학장 세계대회(WEEF & GEDC) 2025′. 행사에 참가한 각국 공대 학장·교수들은 AI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공학 교육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구상을 발표했다.
오르트소스 학장은 이날 기조 연설에서 “지금은 AI가 특정 분야가 아닌 전체 공학 기술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AI 플러스’ 시대”라며 “컴퓨터 전공자뿐 아니라 모든 공학 전공자들은 머신러닝(기계 학습)이 어떤 의미인지, 인공 신경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가까운 미래에 모든 공대 학생들이 AI의 기초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전 세계 공학 교육의 커리큘럼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오크스 부학장도 이어진 토론 세션에서 “그동안 많은 공대에서는 100년 전 내 할아버지 세대가 공부했던 것과 동일한 수학 방정식을 암기하고 문제를 풀게 하는 등 교육 과정이 최신 기술 변화의 복잡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분야를 막론하고 공학 분야에서만큼은 AI의 기초 원리를 철저히 이해하도록 가르치는 과정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AI뿐 아니라 디지털 트윈 등 최근 산업계에서 급부상하는 가상 공간 기술을 공학 교육에 적극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 사물이나 시스템을 가상의 공간에 똑같이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공간, 비용 제약 없이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실험을 수행할 수 있다. 공학교육용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개발업체인 콴서의 폴 길버트 최고경영자(CEO)는 “산업 기술 현장은 복잡해지고 이전에 상상할 수 없는 규모로 발전하고 있어 교실에서 이론만으로 기술 내용을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예컨대 드론 군집 제어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실제 수많은 드론을 날려보는 것보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 고가 제품을 파손하지 않으면서 제한 없이 실험할 수 있다. 미래의 교실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고 했다.
케빈 델루지오 캐나다 퀸즈대 공학·응용과학대학장은 “디지털 트윈 기술로 거대한 화학 제조 공장 설비를 가상 공간에 만들어 학생들이 학부 과정에서도 현장 실습을 하는 것과 동일하게 기술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며 “과거엔 비용, 안전 문제 등으로 하기 어려웠던 공학 교육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전문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은 전날 기조연설에서 “매년 이공계 대학 신입생 10만명 중 1%에 해당하는 최상위 인재 1000명을 뽑아 (AI 등에) 집중 육성하자는 방안을 한국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며 “이 과정을 통해 세상을 바꿀 만한 뛰어난 혁신가가 나온다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WEEF & GEDC는 매년 전 세계 공대, 기업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차세대 공학 리더 육성을 위한 교육 혁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에서 행사가 열린 건 2016년(서울대 주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주최한 올해 행사에는 50국에서 800여 명의 학계, 산업계, 연구기관, 정부 관계자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