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학점제 이수 기준이 대폭 완화된다. 출석 기준을 못 채운 학생도 온라인으로만 추가 학습을 해도 학점을 딸 수 있게 된다.
25일 교육부는 이런 내용의 ‘고교 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고1에게 적용한 고교 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게 한 제도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교육 공약이었다. 그런데 교사 업무 급증 등 현장 불만이 커지자 도입 한 학기 만에 제도를 고친 것이다.
우선, 학점 이수 기준을 채우지 못한 학생에 대한 요구 사항을 크게 완화했다. 현재 학생들은 과목마다 출석률(3분의 2)과 학업 성취율(40%) 기준을 충족해야 그 과목을 이수하고, 3년간 192학점을 따면 졸업할 수 있다. 두 기준에 미달하면 보충 학습을 학점당 5시간 해야 학점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해줬다. 그런데 앞으로는 3시간만 하면 된다. 특히 출석률 기준을 못 채운 학생은 3시간을 모두 온라인으로 보충해도 학점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교육부 측은 “출석률을 못 채우는 학생은 경제적 이유 등 다양한 사유가 있어 학교에 와서 보충 지도를 받게 하기 힘들다는 교사들 의견이 많아 온라인 100%를 허용하기로 했다”면서 “온라인으로 영상만 틀어놓는 일이 없게 학생 참여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아예 학점 이수 기준에서 학업 성취율은 빼고 출석률만 남기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는 교육과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라서 추후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면 ‘기초 학력 보장’이라는 학점제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또 교사들이 학교생활기록부의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항목(공통 과목)에 기재해야 하는 분량을 현행 1000자에서 500자로 줄여주고, 출결 처리 절차도 간소화했다. 내년 교사 신규 채용도 늘리기로 했다. 3과목 이상 가르치는 교사가 전체의 22%에 이를 정도로 교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내년엔 올해보다 1600여 명 늘어난 7100여 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교육계에선 이날 개선안에 대해 교사들의 업무 과중 같은 불만만 해소했을 뿐, 근본적 문제 해결은 전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점제의 핵심 목표는 학생들이 희망 진로에 맞는 과목을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지금은 상대평가 내신 제도 때문에 ‘점수 따기 좋은 과목’을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소규모 학교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할 수 없어 지역에 따른 불평등 문제도 심각하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개선안은 교사 부담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췄고,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보장 대책이 없을 뿐더러, 기초 학력 보장 제도는 오히려 대폭 후퇴해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면서 “학생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도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