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식 기자

내년 3월 서울대 사범대학에 ‘학습과학’이라는 전공이 생긴다. ‘수학교육’ ‘과학교육’ ‘국어교육’ 등 기존 15개 학과에 전공 1개가 추가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습과학을 가르칠 뇌공학 전공 교수까지 영입했다. 교육계에선 “내년에 80주년을 맞는 서울대 사범대가 개원 수준의 변화를 맞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체 ‘학습과학’이 뭐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 ‘학습과학’ 전공은 다른 학과와 달리 교사 자격증이 안 나온다. ‘교사 양성 기관’인 사범대가 왜 교사 아닌 인력을 배출하는 것일까.

‘학습과학’ 전공 신설을 추진한 서울대 강준호 사범대 학장은 지난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인간의 정체성까지 도전받는 AI 시대에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절실함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학습과학’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인간이 어떻게 배우고 성장하는지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이를 토대로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학문이다. 전통 교육학이 교사 입장에서 교육 현상을 탐구했다면, 학습과학은 모든 게 학습자 관점이라는 게 큰 차이다. 학생들은 학습이 두뇌, 감정, 신체 활동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배우고, 이를 토대로 효과적인 학습 활동을 설계하는 법을 배운다. 또 학습 과정과 결과를 평가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인공지능, 데이터과학도 배운다. 교육학, 뇌과학, 심리학, 컴퓨터공학 등 여러 학문이 융합된 것이다. 해외에선 스탠퍼드대, 카네기멜런대 등 컴퓨터공학, 뇌과학이 강한 대학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이런 내용을 왜 사범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나.

“AI 시대 교육의 패러다임을 ‘교사’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예비 교사와 교육 분야 종사자부터 바뀌어야 한다. 과거엔 교사가 학생들에게 지식을 잘 전달하느냐가 중요했다. 그런데 AI 시대에는 지식은 ‘챗GPT’가 더 잘 안다. 교사는 더 이상 지식만 전달해선 안 되고, 학생들이 평생 배울 수 있는 학습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그러려면 교사가 ‘학습과학’을 알아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 학습자가 잘 배우는지, 필요한 환경이 뭔지 등을 알아야 도울 수 있다.”

-고려대의 뇌공학자 교수를 임용했다던데.

“학습은 뇌 신경세포의 연결망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결국 뇌를 바꾸는 게 교육이다. 교육 분야 종사자가 학습자의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건 이상한 일 아닌가.”

-사범대 졸업생이 교사 자격증을 안 받는 건 이례적이다.

“사범대가 교사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 전문가를 키우는 곳으로 정체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더 이상 유·초·중·고 20년 배운 것으로 평생 먹고사는 시대가 아니다. 기업 인사 분야 등 학교 밖 교육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임직원이 계속 성장해야 기업도 성장하지 않나. 학습과학은 이런 다양한 수요에 꼭 필요한 학문이다.”

-왜 전과로만 학생을 받나.

“대학에서 학생 정원은 가장 민감한 문제다. 신입생을 뽑으려면 다른 학과에서 정원을 가져오거나, 사범대 전체 정원을 늘려야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데 사범대 정원을 늘리는 것도 안 맞는다. 이런 현실적 문제도 피하고,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넓히는 취지도 있었다.”

-전공 개설에 3년이나 걸린 이유는.

“2023년 초 논의를 시작해 사범대 내부 의견을 모으는 데 1년 반, 본부 승인을 받는 데 1년 걸렸다. 전공과 운영 방식 모두 생소해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오래 걸렸다.”

-AI 시대, 교육의 변화가 너무 더디다.

“장기적 안목의 교육 정책이 부재한 게 가장 큰 문제다. 교육에 대한 국가 전략이 없다. 교육은 손대봐야 논란만 커지니 누구도 책임지고 안 나선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인구 절벽과 AI 혁명이다. 둘 다 교육으로 돌파할 수 있다. 국민 개개인의 역량을 높이고,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는 것 모두 교육이기 때문이다. 국가교육위원회에만 맡겨 놓으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학습과학(Learning Sciences)

인간이 어떻게 배우는지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학습 환경을 설계하고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학문. 교육학, 인지과학, 심리학, 컴퓨터공학 등을 아우르는 융합 학문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