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국회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 장관은 이날 “(수능·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시기가 됐다는 데에 대체로 공감했다”고 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취임 후 첫 정책 발표인 ‘고교 학점제 개선 방안’을 하루 전날 취소했다. 같은 날 국회에선 “수능·내신 절대평가 전환에 공감한다. 교육부가 중심이 돼서 최대한 준비하겠다”고 밝혀 학생·학부모들을 술렁이게 했다. 교육계에선 “교육부 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민감하고 파급력 큰 교육 정책에 대해 섣부른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오전 교육부는 다음 날로 예정된 ‘고교 학점제 개선안’ 발표를 갑자기 미뤘다. 교육부는 이날 출입 기자단에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등과 충분한 협의가 필요해 발표를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고교 학점제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정해진 학점을 이수해 졸업하는 제도로 올해부터 전국 고1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내신 경쟁 과열로 고1 학생들의 자퇴가 잇따르고, 교사들의 업무가 늘어나자 전교조 등 교원 단체들이 잇따라 폐지를 촉구해 왔다. 교육계에선 고교 학점제가 어떻게 개선될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최 장관은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지난 15일 충남 금산여고를 방문해 학생·교사로부터 고교 학점제 관련 의견을 들었고, 16일엔 시·도교육감들을 만나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던 최 장관이 갑자기 발표를 취소한 것은 국교위의 반발 때문으로 알려졌다. 국교위는 중장기 교육 정책 수립을 목적으로 2022년 설립된 대통령 직속 기구로, 지난 15일 신임 차정인 위원장이 취임한 상태다. 교육부는 지난 수개월간 국교위와 고교 학점제 개선안을 논의해 왔는데, 차 신임 위원장 취임 이후엔 별다른 협의를 못 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법에 따라 대학 입시, 교육과정 등 굵직한 교육 정책을 만들 땐 국교위와 협의해야 한다. 교육계에선 “교육부와 국교위가 시작부터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날 오후, 최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수능·내신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시·도교육감들과 협의하면서 대입 제도 개선이 필요함과 동시에 절대평가로 전환할 시기가 됐다는 데에 대체로 공감했다”며 “대입 제도를 전환할 때는 국민적 숙의·합의 과정이 매우 필요하다. 국교위와 함께 최대한 의제화해서 다음 대입 개편 때까지는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장관의 발언에 대해 입시 업계와 학부모 사이에선 “이재명 정부가 수능과 내신을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하기로 정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올해 고1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은 이미 확정됐고, 입시 정책은 4년 예고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최 장관이 말한 ‘다음 대입 개편’은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3이 되는 2032학년도 입시로 해석됐다. 한 입시 전문가는 최 장관 발언 직후 소셜미디어에 “대학 입시가 또다시 혼란에 빠지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문재인 정부 초대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고 1년간 전국 공청회를 했지만, 결국 일부만 절대평가로 변경한 게 기억난다”고 썼다.

수능·내신 절대평가는 세종교육감을 지낸 최 장관을 포함해 시·도교육감들이 줄곧 주장하던 내용이다. 학생들이 고교 학점제에서 성적 걱정 없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내신과 수능을 모두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 변별이 어려워 대학들이 자체 시험을 강화할 수 있고 학생들은 바뀐 입시 제도에서 큰 혼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교육부 측은 이날 최 장관 발언에 대해 “장관 개인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아직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거나 정책 추진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교육부 장관이 대학 입시에 대한 입장을 섣불리 발언해 혼란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서울 사립대 교수는 “교육감은 대학 입시 결정 권한이 없고 정부에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만, 정부 정책을 직접 수립·집행하는 교육부 장관의 발언은 파급력이 막강한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장관이 정책 발표를 돌연 취소하고, 대입에 민감한 발언을 하는 것은 교육 정책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이재명 대통령과 상반된다. 이 대통령은 최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입시 정책은 바꾸면 바꿔서 난리, 안 바꾸면 안 바꿔서 난리가 난다”며 “교육 문제는 잘못 건드리면 이념 투쟁의 장으로 변질되기도 해 의도적으로 전면에 얘기를 안 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시는) 국교위가 정상화되면 거기서 논의하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