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신 중지 약물’(낙태약) 도입을 국정 과제로 확정했다. 여성의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을 위해 낙태약 합법화를 추진하는 것인데 종교·의료계에선 안전성, 윤리 문제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실제 도입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또 임신 중지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고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의학과’로 변경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여성가족부는 16일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한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 과제’ 중 임신 중지 약물 도입을 포함한 3대 과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중 핵심 과제는 임신 중지 약물 도입이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낙태죄는 사실상 사라졌지만 임신 중지 약물 거래 및 유통은 여전히 국내에서 불법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상 임신 중지 방법을 수술로 한정하고 약물 사용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여성 건강권 보호 차원에서 임신 중지 약물 합법화 정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이수진 의원은 낙태를 전면 허용하고, 수술뿐 아니라 약물에 의한 낙태도 가능하도록 명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가부는 의약품 규제 전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쳐 임신 중지 약물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낙태약 도입을 두고 시민·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 추진까지는 상당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의료 단체, 시민 단체는 “생명 경시 현상이 확산될 뿐 아니라 의료 윤리·의약품 안전성 등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여가부는 또 ‘성평등가족부’로의 부처를 확대·개편하고, 성평등 정책 전담 부서도 확대하기로 했다. 디지털 성범죄와 교제 폭력, 스토킹 대응 강화도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한다. 성별 임금 격차 등을 공개하는 고용 평등 임금 공시제 도입도 추진하고, ‘경력 단절 여성’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의 용어를 ‘경력 보유 여성’으로 바꾸기로 했다.

원민경 여가부 장관은 “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을 계기로 새로운 정부의 국정 과제를 부처 간 긴밀하게 협력하는 한편, 국민의 눈높이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