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한 과학고에 학생이 등교하는 모습. /뉴스1

최근 5년간 의과대학에 진학한 영재학교·과학고 출신 학생이 1000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공계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만들어진 학교들이 설립 목적과 달리 ‘의대 진학’ 통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9일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의대 신입생 중 영재학교·과학고 출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영재학교(8곳)와 과학고(20곳)의 재학생과 졸업생 1058명이 의대에 진학했다. 이중 영재학교 출신이 667명으로, 과학고(391명)보다 많았다.

교육부는 그간 영재학교와 과학고 학생들이 이공계가 아닌 의·약학 계열로 진학하는 것을 제재해왔다. 2021년에 마련된 ‘의·약학 계열 진학 제재 방안’에 따라, 2022학년도에 영재학교와 과학고에 입학한 신입생부터 의·약학 계열로 진학을 희망하면 일반고엔 없는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교육비 및 장학금 500만~1000만원가량을 환수하는 등의 불이익이 주어진다. 지난달 교육부는 이 조치로 인해 영재학교와 과학고 재학생의 의·약학 계열 진학률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조치는 영재학교와 과학고 재학생이 의·약학 계열로 진학할 때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공계 계열로 진학했다가 반수하거나,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재수하는 등 수능을 다시 쳐서 의·약학 계열로 입학하는 경우는 잡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의대와 약대, 한의대, 치의과대에 진학한 영재학교와 과학고 재학생은 463명이었다. 김문수 의원실 자료와 비교하면, 영재학교와 과학고 졸업생 최소 595명이 반수나 재수 등을 통해 의대에 입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영재학교와 과학고 현역으로 의대에 간 것이 아니기에, 학교가 의대 진학에 따른 교육비 및 장학금 환수 조치 등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