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으로 사교육 스타 강사 출신인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이사장이 내정됐다. 이 이사장은 교육계 대표적인 ‘수능 옹호론자’로, ‘수능 절대평가’를 주장해 온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는 대학 입시에 대해 정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
7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이르면 이번 주 대통령실에 교육비서관으로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은 서울대 교육학과 졸업 후 공립학교 교사로 일하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후 사교육 강사로 일했다. 강남권에서 사회탐구 ‘스타 강사’로 이름을 날렸고, 2002년 사교육 업체 스카이에듀를 설립했다. 2015년에는 우리교육연구소를 설립해 현재까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우리교육연구소는 대학 입시, 사교육비 등 고질적인 교육 문제를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걸 목표로 만든 재단법인이다.
교육계에선 이번 인사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우선 사교육 업체 출신이 공교육 정책을 관장하는 교육비서관에 내정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보통 교육비서관은 교육부 공무원, 국회의원, 교수 출신 등이 맡았다.
이 이사장이 ‘수능’을 적극적으로 옹호해 온 점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 이사장은 수능 점수로 학생을 뽑는 정시 모집이 학생부 중심인 수시 모집에 비해 ‘부모 찬스’가 개입될 여지가 덜하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주장해 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추진한 ‘수능 절대평가’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정시 확대’를 주장해 유명해졌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입시에 대한 입장이 정반대인 점도 논란거리다. 최 후보자는 “모든 수능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자”고 주장해 왔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는 전교조 등 진보 교육계와 교육감들이 주장해 온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수능의 변별력이 약해져 결국 정시 모집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교육계에서는 “장관과 비서관이 정반대 입장을 갖고 있으니 이번 정부의 입시 정책 방향이 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각에선 이현 이사장의 비서관 임명은 ‘수능 절대평가’를 추진했다가 큰 혼란을 부른 문재인 정부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수능 절대평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직후 이를 추진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 단체들조차 반발하며 지지율 하락을 겪다 결국 철회한 바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당시 진보 교육계 좌장이었던 김상곤 장관이 수능 절대평가를 밀어붙였다가 정권에 큰 부담이 됐는데, 이번에도 전교조 등이 최교진 후보자를 등에 업고 입시에 관여하지 않도록 ‘수능 옹호론자’인 이현 이사장을 비서관에 배치해 견제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좋은교사운동,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등 진보 성향 교육 단체 10곳은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이 이사장의 교육비서관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사걱세 측은 “정시 확대 등 주장을 펼쳐온 이 이사장은 경쟁 교육 완화를 추진할 적임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