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고등학교 3학년생인 서모(18)양은 올 1학기 말 본인의 교과 활동 등을 담은 학교생활기록부를 확인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자신이 ‘경제수학’ 수업 시간에 발표하지 않은 내용들이 학생부에 서술돼 있었다. 서양은 “학생부에 처음 보는 교과 개념이 들어가 있고 문체도 부자연스러워 검사 프로그램을 돌려보니, 전부 AI(인공지능)가 쓴 글이었다”며 “담당 과목 선생님에게 수정과 함께, 선생님이 직접 작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만약 그대로 대학에 제출했다면 허위 작성으로 불합격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AI를 활용해 학생부를 작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학생의 실제 활동과 관련이 없는 내용이 들어가는 오류가 생긴 것이다.

대학 입학에 필수인 학생부의 작성을 생성형 AI에 맡기는 학교들이 늘면서 수험생·학부모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선 학교에선 교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학생부 작성에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요약하는 보조 수단이 아니라 아예 통째로 학생부 작성을 맡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에 학생·학부모 사이에서 허위 기재나 표절, 부실 평가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학생부는 학생의 학교 생활 전반을 기록한 문서로 학적 사항·수상 경력·봉사활동 내역 등이 들어간다. 특히 과목별로 수업 시간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 서술 방식(최대 500자)으로 기록한 교과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세특) 등은 대입 당락을 가르는 핵심 자료로 꼽힌다. 현재 대입 수시 모집의 85.9%가 학생부 기반 전형이다.

문제는 학생부 작성에 AI 활용 사례가 늘면서 학교와 학생·학부모 간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는 것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매달 AI 업체에 구독료를 내고 학생부 작성에 특화된 AI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학교만 100여 곳이라고 한다. 학생부 작성에 AI를 활용하는 교사들은 “AI가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요약, 정리해주기 때문에 직접 쓰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허위 사실이 포함될 것을 우려해 GPT 킬러 등 AI 검증 프로그램으로 학생부 내용을 검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고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쓰는 생성형 AI 프로그램의 개발 업체가 ‘서울대 학생부 3000만자를 학습한 학생부 전문 AI’라고 광고한다”며 “만약 기존 합격자들의 학생부 내용을 학습한 AI로 학생부를 작성한다면 우리 아이가 전형 과정에서 ‘표절’로 오해받을 수 있지 않냐”고 했다.

대학들도 AI로 작성된 학생부인지 검사하는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AI 업체 ‘무하유’에 따르면 학생부 검사용 GPT 킬러를 도입하고 있는 대학은 83곳에 이른다. 한 사립대 입학처 관계자는 “단순히 학생부 작성에 AI를 사용했다고 감점되진 않는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유사도가 높거나 허위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면접에서 검증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