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부터 2026학년도 대입 수시 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의대 모집 정원 축소, 무전공 선발 확대, 학교 폭력 가해 사실 의무 반영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지원하려는 대학의 모집 요강을 꼼꼼하게 확인해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 사진은 고려대 학생들과 유학생들이 교내를 함께 걷고 있는 모습. /고려대 제공

오는 8일 2026학년도 대학 입시의 수시 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2026학년도 입시에서 전국 196개 대학이 전체 모집 인원 34만5179명 가운데 27만5848명(79.9%)을 수시 모집으로 뽑는다. 최근 5년 사이 수시 모집 인원 비율이 가장 높다. 2026학년도 수시 모집 인원은 지난해(27만1481명)보다 4000명 넘게 늘었고, 수시 선발 비율도 전년(79.6%) 대비 0.3%포인트 올랐다.

수시 모집 원서 접수는 8일부터 12일까지 대학별로 최소 3일 이상 진행된다. 대학들은 9월 13일부터 12월 11일까지 수시 전형을 치르고, 12월 12일까지 합격자를 발표한다. 그사이 11월 13일(목)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며, 성적은 12월 5일 수험생들에게 통지된다. 수시 합격자들은 12월 15일부터 17일까지 등록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대학들은 통상 수시 모집에서는 ‘학생부’ 위주로, 정시 모집에선 ‘수능’ 성적을 위주로 학생을 선발한다. 2026학년도 수시 모집에서도 학생부 위주 전형 중심의 선발 기조를 유지한다. 전형 유형별 모집 인원(정원 내 기준)을 보면 내신 위주의 학생부 교과 전형이 15만5495명(56.4%)으로 가장 많다. 이어 학생부 종합 전형(29.5%), 실기(7.9%), 논술(4.6%), 재외국민 등 기타 전형(1.7%) 순이다.

2026학년도에는 많은 대학이 모집 단위를 신설했다. 신설 학과 대부분은 AI(인공지능)·반도체·바이오 등 첨단 분야와 관련 있다. 주요 대학 중에선 연세대(진리자유학부, 모빌리티시스템 전공), 서강대(반도체공학과), 성균관대(배터리학과, 바이오신약·규제과학과), 중앙대(지능형반도체공학과)가 대표적이다. 서강대는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했고, 성균관대는 삼성SDI와 연계한 배터리학과와 바이오신약·규제과학과를 열었다. 산업계 수요와 직결된 첨단·계약 학과가 속속 등장하면서 자연·공학 계열 수험생들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올해는 학과 신설 외에도 모집 단위 개편·통합, 모집 단위명 변경 등이 적잖다. 모집 요강 확인 시 유의해야 한다.

교육부의 ‘무전공(전공 자율 선택) 확대’ 방침에 따라 많은 대학이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거나 계열·단과대 중심의 광역 모집을 확대하고 있다. 교육부가 제시한 무전공 선발 형태는 크게 ‘유형 1’과 ‘유형 2’로 나뉜다. 유형 1은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 후 대학 내 모든 전공(보건의료·사범대학 등 제외)을 자유롭게 선택한다. 통상 자유전공학부가 이에 해당한다. ‘유형 2’는 계열 또는 단과대 단위로 입학한 뒤 추후 해당 계열·단과대 안에서 전공을 선택한다. 상위권이지만 원하는 학과에 가기엔 성적이 다소 부족한 수험생의 경우 유형 1로 지원할 수 있어 상위권 수험생들의 지원 전략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26학년도 수시 모집에서 의대 모집 인원 변동도 주요 변수다. 의학 계열(의대·치의대·한의대·수의대)에서 지난해보다 930여 명 줄어든 2115명을 선발한다. 이는 정시를 포함한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이 2024학년도 수준인 3058명으로 복귀한 데 따른 것이다. 전년도에 모집 인원이 크게 증가해 경쟁률이 소폭 하락했던 지방 소재 대학들은 올해 수험생 증가에 모집 인원 감소까지 더해져 경쟁률과 합격선이 상승할 전망이다.

2026학년도부터는 모든 대학이 수시와 정시 전형에서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을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이는 2023년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폭력 근절 종합 대책에 따른 조치로 2026학년도부터는 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논술·실기 등 모든 전형에서 학교 폭력 조치 사항을 필수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특히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한국외대 등 일부 대학은 학교 폭력 관련 조치가 있을 경우 전형 종류에 따라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가해 전력이 있다면 지원 자격 제한이나 서류·면접 평가 감점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일부 대학은 전년도에 선제적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지원 전 반드시 모집 요강을 확인해야 한다.

이번 수시 모집에선 수능 최저 학력 기준에도 변화가 많다. 고려대·이화여대·한양대 등 주요 대학이 일부 전형에서 최저 기준을 신설하거나 완화했고, 연세대·건국대·서울시립대·서울여대 등 일부 대학은 특정 전형에서 아예 폐지했다. 수험생들은 대학별 최저 기준 충족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기회균형·지역균형 등 사회 통합 전형도 확대됐다. 전체 3만8200명을 선발해 지난해보다 776명 늘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배려 계층을 위한 입학 기회는 넓어진 셈이다.

수험생들은 올해 수시 전형에서 하향 지원보다는 상향 또는 적정 지원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됐다. 종로학원이 지난 7월 23~27일 수험생 10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4.5%가 총 6차례 가능한 수시 지원 기회 중 하향 지원을 1곳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취업 시장 한파로 인해 이전보다 대학 간판을 중시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입시 업계 관계자는 “수험생들은 대학의 명성과 경쟁력을 고려해 보다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지원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무전공 확대, 신설학과 등장, 수능 최저 기준 변화, 학교 폭력 반영 등 여러 변수를 충분히 고려해 신중한 지원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학별 모집 요강은 대입 정보 포털(www.adiga.kr)과 각 대학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각 시·도교육청의 홈페이지나 입시 설명회에서도 수험생에게 필요한 입시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