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3일 열린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비동의 간음죄 등 여성계 주요 쟁점들에 대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랫동안 찬반이 크게 엇갈려온 만큼, 정부와 여당도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사안들인데 장관 후보자가 이례적으로 도입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원 후보자는 이날 ‘차별금지법 도입 필요성에 동의하는가’라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도입 필요성에 동의한다”면서 “이전에도 필요성과 의미가 크다는 점에 대해 말씀드린 바 있다”고 답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의 소관 부처는 법무부이고, 국회에서 입법이 돼야 한다”면서도 “국회가 공론의 장으로 기능해 주실 것으로 믿으며 여가부(여성가족부)는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원 후보자는 앞서 전날 제출했던 서면 답변서에서도 “모든 국민은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따라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성적 지향·성 정체성 등이 다르다고 해 차별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여성계의 또 다른 쟁점인 ‘비동의 간음죄’에 대해서도 “(가해자가 제공한) 각종 약물이나 술 등으로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성범죄 피해 사건 가운데 검경 수사를 거쳐 재판에 회부되는 비율은 10~20%도 안 된다. 그마저도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보호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비동의 간음죄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도 “형법상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성폭력 판단 기준을 기본권의 측면으로 보고자 하는 논의로 생각한다”고 했다. 또 “(비동의 간음죄에 대한) 우려 의견을 잘 알고 있다”면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입법을 한다면 논란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선 2020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발생 당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썼던 것도 쟁점화됐다. 당시 원 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 위원으로 활동했는데, 피해자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2차 가해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원 후보자는 ‘피해 호소인 용어 사용이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피해자를 다른 용어로 호칭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피해자를 피해자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윤리 규범 14조(성희롱·성폭력 금지 조항)에 적시된 ‘피해자(피해 호소인을 포함한다)’라는 표현에서 ‘피해 호소인’ 삭제를 요청하겠느냐”는 질의에는 “이는 민주당이 결정할 일이기에 그럴 의향은 없다”고 답했다.

이날 인사 청문회도 여야 합의 불발로 전날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처럼 증인이나 참고인 없이 진행됐다. 정치권에선 “원 후보자는 자녀 초등학교 입학을 목적으로 위장 전입을 한 의혹이 제기됐는데 또다시 검증이 부실한 ‘맹탕 청문회’가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비동의 간음죄

포괄적 차별금지법:성별·장애 등 특정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한 개별 금지법과 달리, 모든 분야에서 모든 방식의 차별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의 법안. 2007년 국회에 처음 발의됐지만 그동안 ‘사회적 합의 부족’ 등을 이유로 처리되지 않았다. 개신교 등에선 “사실상 동성애 합법화를 위한 법”이라며 반대한다.

비동의 간음죄:강간죄 구성 요건을 ‘가해자 폭행·협박’에서 ‘피해자 동의 여부’로 바꿔 형사처벌하겠다는 것. 폭행이나 협박 없이 성관계를 가졌더라도 상대방의 동의가 없었다면 강간죄에 해당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동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무고 위험이 크다’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