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열린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연신 “사죄드린다” “잘못했다”며 고개 숙였다. 최 후보자의 음주 운전, 막말, 정치 편향, 북한 옹호 등 전력에 대해 야당의 지적이 이어지자, 기존 입장을 뒤집거나 사과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한 것이다. 교육계에선 “하나하나 장관 결격 사유인 의혹들에 대해 명확한 해명 없이 사과만 하면서 청문회 하루만 버텨보자는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최 후보자는 이날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이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음모론 전파에 앞장서며 소셜미디어에도 이를 공유했다”고 지적하자 “해당 음모론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 후보자는 2013년 천안함 사건이 북한이 아닌 제3국에 의한 폭침설을 주장하는 게시물을 수차례 공유했는데, 이날 갑자기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그는 “국가에서 최종 내린 공식 입장을 신뢰해야 하고, 저도 신뢰하고 있다”며 “그 일로 상처를 받으신 분이 계신다면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수사를 ‘검찰의 칼춤’이라고 하는 등 진보 인사를 두둔한 데 대해서도 입장을 바꿨다. 그는 “과도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한 것”이라며 “조국 사태 당시 젊은 층이 불공정 문제로 마음이 상했을 텐데 살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 후보자는 북한을 수시로 방문하는 등 ‘친북 성향’도 논란이 됐다. 이날 야당 측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 후보자는 총 17회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통일부에서 제출한 자료 등에선 최 후보자가 2003~2008년에 13차례 방북한 것으로 나왔었는데 법무부 자료를 통해 2000~2002년 4차례 더 방북한 기록이 추가 확인된 것이다.
최 후보자는 이날 야당이 “북한이 우리의 주적인가”라고 묻자 “북한 정권 또는 북한군은 틀림없이 대한민국의 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북한 주민은 화해와 협력, 공동 번영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북한 체제를 동경하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최 후보자가 2012년 18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패하자 ‘부끄러운 부산’이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당시 문 후보는 박 후보에게 전체 3.53%포인트 차로 졌는데, 부산 지역 득표율은 20%포인트가량 차이 났다. 최 후보자는 “당시 저는 세종시 문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패배했는데, 부산에 사는 어느 시인이 ‘여전히 부끄러운 부산’이란 제목의 시를 올린 것을 보고 공유했다”고 했다. 이어 “부산 분들이 상처를 입으셨을 수 있겠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2003년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 운전을 한 사실에 대해서도 “분명히 잘못됐고 제 생애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라고 했다.
장관 지명 이후 최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쏟아졌지만 정작 이날 청문회는 증인·참고인 없이 진행됐다. 여야 합의 불발로 증인·참고인을 채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자료 제출 요구도 후보자가 계속 거부하다 청문회 막판에 제출하는 등 ‘부실 검증’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부실 석사 학위 취득 논란’이 대표적이다. 최 후보자는 2005년 성남에 있던 한국토지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 감사로 일할 때 차로 왕복 4시간 거리인 대전 목원대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이날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은 “감사 재직 기간 49차례 지방 출장 중 22차례가 대전이었는데 대학원 수업을 듣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전 출장을 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 후보자는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고, 성적 증명서도 바로 제출하지 않았다. 야당 측이 거듭 자료를 요구하자 최 후보자는 오후에 뒤늦게 자료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