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607개 초등학교 중 534곳(88%)이 올 추석 연휴 전후 ‘재량 휴업일’을 실시해 열흘 넘게 휴교에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길게는 12일 연속 쉬는 학교도 있다.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 사이에선 “주말을 포함해도 빨간 날(공휴일)이 이보다 적은 7일 정도인데, 그럼 나머지 기간엔 아이를 어디다 맡겨야 하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본지가 학교 정보 공개 사이트(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서울 607개 초등학교 학사 일정을 전수 분석한 결과, 추석 연휴(10월 3~9일) 전후로 재량 휴업일을 3일간 지정해 총 12일(주말 포함)을 연속으로 쉬는 학교가 21곳으로 집계됐다. 10월 1일과 2일, 추석 연휴 다음 날인 10일을 모두 휴업일로 정해 ‘황금 연휴’로 만든 것이다. 이틀(10월 1·2일 혹은 10월 2·10일)간 재량 휴업일을 지정해 11일 동안 휴업하는 학교는 50곳, 10월 10일에 별도 휴업해 10일 동안 쉬는 초등학교는 463곳(전체의 76%)에 달한다. 반면 추석 연휴 전후로 ‘재량 휴업일’을 실시하지 않는 학교는 14곳(2%)에 불과하다.

‘재량 휴업’은 법정 수업 일수(연간 190일 이상)를 충족하는 범위에서 각 학교장 재량으로 결정이 가능하다.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거나 설문조사를 진행하지만, 사실상 학교 측 주도로 재량 휴업일 일정을 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상적으로 학교마다 연간 4~5일가량을 재량 휴업일로 지정하는데, 이때마다 맞벌이 학부모들은 자녀를 맡길 곳을 알아서 구해야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학부모는 “학교에서 올해 근로자의날(5월 1일)뿐 아니라 다음 날까지 재량 휴업일로 지정해 어쩔 수 없이 연차를 쓴 적이 있다”며 “방학에는 인근 주민센터나 교회 등의 어린이 돌봄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지만 학기 중에는 하루 종일 아이 맡길 곳을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른 학부모는 “연휴 기간이 너무 길면 내수 활성화보다 해외여행을 많이 가서 정부도 이번 추석은 임시 공휴일 지정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뉴스도 봤다”면서 “그런데도 학교가 연휴 전후 평일을 먼저 휴무일로 정해버린 건 교사들에 대한 지나친 특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