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환자를 간호하는 것을 넘어서, 보호자에게 마음의 버팀목이 되는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병원 복도에서 엄마 걱정으로 불안해하던 저에게 간호사분들이 해줬던 것처럼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5 EBS 꿈장학생' 시상식에서 대상 한서영(왼쪽·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 1년)씨와 최우수상 유재민(서울대 간호학과 1년)씨가 장학 증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을 포함해 꿈장학생 10명에게 총 3300만원의 장학금이 지원됐다. /장경식 기자

서울대 간호학과 1학년 유재민(20)씨가 13일 ‘2025 EBS 꿈장학생’ 최우수상을 받았다. 꿈장학생은 교육부와 EBS, 한국장학재단이 매년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교육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을 선발해 장학금을 주는 제도다. 올해도 유씨 등 10명이 총 3300만원을 받았다.

유씨는 일곱 살 때 부모님이 이혼한 뒤 줄곧 어머니 김모(62)씨와 단둘이 살았다. 무일푼으로 충남 천안에서 상경한 어머니 김씨는 파출부, 학교 급식실 아르바이트 등 궂은일을 하며 아들을 키웠다. 고된 일에 결국 몸은 망가졌고, 유씨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16년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유씨는 “당시 ‘너를 남겨두고 하늘로 떠날 수도 있다’는 엄마 얘기를 듣고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며 “각종 검사와 항암 치료를 받는 엄마를 기다리며 병원 복도에 혼자 앉아 있을 때면 증상이 더 안 좋아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속을 앓았다”고 했다.

어린 유씨에게 가장 큰 힘을 준 것은 병원 간호사들이었다. 간호사들은 유씨를 볼 때마다 “많이 컸다” “초등학교 졸업 축하한다”며 말을 걸고, “어머니가 많이 나아지셨다”며 힘을 북돋아줬다. 유씨는 “간호사분들과 대화를 하고 나면 신기하게 마음이 편해졌다”며 “나도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힘이 될 수 있는 간호사가 되고 싶어졌다”고 했다.

유씨는 간호사라는 꿈을 위해 두 차례 수능에 도전했고, 올해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 간호대학에 합격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학원 한번 못 다니고 학교 수업과 EBS만으로 얻어낸 결과였다.

유씨는 “재수 학원은 비싸서 못 갔지만, EBS만으로도 수능 준비에 전혀 문제 없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재수할 때 하루 10시간씩 EBS만 붙들고 공부했다. 수능 시험 순서대로 하루 시간표를 짜고, 각 시간마다 과목별 수능특강·수능완성 등 EBS 문제집을 공부했다. 틀린 문제 분석, 개념 확인도 EBS 강의로 했다. 그렇게 공부한 결과 국어와 사회탐구(2과목)에서 1등급, 수학에서 2등급을 받았다.

이날 ‘대상’은 올해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한 한서영(20)씨가 받았다. 한씨는 네 살 때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어릴 땐 언어 치료와 재활에 집중했다. 그러다 일반 중학교로 진학했는데 난생처음 영어 단어 시험을 치면서 ‘공부’에 도전하게 됐다. 한씨는 “알파벳도 몰라서 10문제를 다 틀렸는데,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밤새 엉엉 울었다”며 “나만 못하는 걸 보고 ‘장애인이라도 공부를 해야 무시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날부터 한씨는 매일 새벽 4~5시에 일어나 학교 가기 전까지 공부했다. 매일 방과 후 오후 9시까지 특수 치료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새벽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먼저 EBS 강의로 알파벳 철자와 발음을 배웠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서너 번씩 다시 들었다. 그리고 EBS의 중등 기초 영문법 강의를 반복 공부했더니 학교 영어 수업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국어 수업도 EBS 강의의 도움을 받았다. 한씨는 “고1 국어 시험에서 50~60점을 받았지만, 내 속도에 맞춰 몇 번이고 재생하며 공부할 수 있는 EBS 덕에 3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화법과 작문’ 전교 1등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씨는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어른을 위한 동화책’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게 꿈이다. 글뿐 아니라 그림도 직접 그릴 예정이다. 한씨는 “글을 못 읽는 어른들도 볼 수 있는 동화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