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좋은 아이템은 뭐예요?” “콘서타(ADHD 치료제)는 효과 어땠어요?”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 모인 대학생 10여 명이 자리에 앉자마자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관련 정보를 나누기 시작했다. ‘집중맞은 도둑력’이라는 이름의 이 모임은 지난 3월 ADHD 진단을 받은 서강대 학생들이 치료 정보 공유를 위해 모인 것을 계기로 매달 한 차례씩 만나고 있다. 참가자들은 ADHD 질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하거나 각자의 치료 경험담을 발표한다. 모임을 만든 대학생 채성준(28)씨는 “가까운 친구에게도 진단 사실을 숨기고 싶은 ‘조용한 ADHD’ 대학생 환자가 꽤 많다”며 “비슷한 상황에 처한 학생끼리 대처법을 알려주고 고민을 털어놓으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모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ADHD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질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자조 모임’이 대학생 사이에서 늘고 있다. 비슷한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치료 방법을 공유하는 자조(自助) 모임은 원래 암(癌)이나 알코올 중독 환자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ADHD 진단을 받은 대학생들이 늘면서 비슷한 모임을 갖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ADHD 환자는 6만8019명으로, 2021년(2만2087명)의 3배로 늘었다. 의료 전문가들은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생들이 학점·스펙 관리 등 과거보다 많은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부담이 커져 집중력 저하 증상이 심해진 것으로 분석한다.
자조 모임 참가자들은 대학 입학 후 뒤늦게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경우가 많다. 성인 ADHD 환자는 충동적 행동을 자주 하는 소아 ADHD와 달리 겉으로 큰 증상을 보이지 않지만 집중력과 주의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과제 제출을 깜빡하거나 수업에 빠지는 등 일상에 어려움을 겪는다. 자조 모임 참가자들은 자신이 겪은 ADHD 증상을 ‘1분 스피치’로 발표하거나, 일정을 10분 단위로 관리하는 스마트폰 일정 관리 앱 사용 등 극복 팁을 공유한다.
모임에 참가한 한 대학생은 “평소 다른 사람 말을 자주 끊거나 딴청을 피워 친구와 멀어진 적이 많았는데, 모임에서 집중력을 높이고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그런 증상들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성인 ADHD는 약물 처방과 더불어 생활 습관 개선도 병행돼야 치료 효과가 높기 때문에 자조 모임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한 시도”라며 “다만 비전문가들의 모임인 만큼 검증되지 않은 치료 정보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