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느좋’이 무슨 말인지 아세요?”
지난달 충남의 한 4년제 사립대 커피숍. 교수 10여 명이 모여 서로 MZ 신조어 문제를 내고 있었다. 젊은 세대가 즐겨 쓰는 말인 ‘느좋(느낌 좋다)’, 재치 있는 사람을 두고 ‘감이 다 살아났다’고 할 때 줄여 쓰는 말인 ‘감다살’ 등이 퀴즈 문제였다. 신조어를 익히던 한 50대 교수는 “이 정도면 나도 감다살 교수”라며 웃기도 했다.
이 대학은 40대 이하 교수들이 50대 이상 교수들에게 “MZ 단어를 쓰며 수업을 재밌게 해야 강의 평가가 좋게 나온다”고 조언하면서, 재작년부터 이 같은 ‘MZ 용어 테스트’가 열린다고 한다. 한 교수는 “학과장들이 강의 평가 내용을 확인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채점 결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처럼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교수들이 강의 평가를 의식해 ‘학생 마음 사로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거에도 학생들의 강의 평가가 있긴 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인구 감소로 지역 대학의 학생 모집난이 악화되면서 더욱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들이 학교나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편입이나 자퇴로 떠나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여기에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마다 ‘강의 평가’가 안착되자 교수가 학생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게 됐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일각에선 교수와 학생 사이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작년 2학기 한 지방 국립대 공대 강의에선 교수가 ‘강의 평가 테러’를 당해 법적 절차를 준비하기도 했다. 욕설 섞인 비방 글이 잇따라 올라오자 교수가 자신에게 거세게 성적 항의를 했던 학생을 작성자로 의심해 고소를 준비했던 것이다. 하지만 학교 측의 만류로 고소 절차를 중단했다. 이 교수는 “학교가 학생을 생각하는 것만큼 교수는 생각하지 않는 거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강의 평가에 ‘과제 많음’ ‘조 모임 적음’ 같은 내용을 넣을 수 있다 보니 교수들은 ‘비인기 수업’이 되지 않으려 과제를 줄이고 성적을 후하게 준다는 것이다. 한 지방 사립대 교수는 “과거 기준으론 낙제됐을 학생이 지금은 B나 C 학점으로 구제된다”고 했다. 임은선 서울대 미래교육혁신센터 연구원은 “교수들은 과제를 줄이기보다는 지속적인 교수법 연구로 젊은 학생들 흥미를 돋워야 대학 교육의 질 저하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