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서 AI(인공지능)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처리가 다음 달로 연기됐다. 당초 23일 상정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법 통과에 따른 정부 후속 조치 마련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면서 미뤄진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이날 “법안 통과에 따른 대책 마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AI 교과서 법안을 다음 달 4일 열리는 본회의 때 처리하기로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던 교육 관련 법안 7건 중 AI 교과서 법안만 안건에서 제외됐다.

AI 교과서는 지난 정부 때 첨단 AI 기능을 활용해 학생별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전국 초중고에 도입된 것이다. 올 1학기부터 초 3·4학년생(영어·수학), 중 1·고 1 학생(영어·수학·정보)이 사용하고 있다. 당초 교육부는 AI 교과서의 전면 의무 도입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야당이던 민주당의 반대로 원하는 학교만 자율적으로 사용하게 한 상태였다. 여기에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2학기부터 AI 교과서는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지위가 바뀌게 된다. 이럴 경우 현재 30% 수준인 전국 AI 교과서 채택률 역시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선 “2조원가량 들인 사업이 1년도 안 돼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선 AI 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것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만큼, 본회의 처리 일정이 늦춰지더라도 결국은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교과서 업체들은 “수백억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뿐 아니라 올해 영어 교과서 검정을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13억원 가까운 금액을 수수료로 냈는데 이마저도 돌려받기 어렵게 됐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선 청소년의 액상 전자담배 구입 제한을 강화한 ‘교육환경 보호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일반 담배뿐 아니라 최근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늘어난 액상형 전자담배도 학교 인근 200m 내에서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또 교사나 학교 관계자가 학생 선발 과정에서 공정성을 침해하는 부정행위를 한 경우, 징계 시효를 현행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 개정안도 각각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