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발행사와 개발사 임직원들 3000여명이 폐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2조 넘게 정부 예삼까지 들어간 AI 교과서를 써보지도 않고 폐기하는 건 말이 안된다며 사교육비 절감 등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반드시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25. 7. 21/ 조인원 기자

‘AI 디지털 교과서, 교과서 지위 유지하라!’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AI 디지털 교과서 발행사와 관련 협력사 등에서 일하는 직원 3000명이 2차선 도로 200m가량을 가득 채웠다. 이들은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아스팔트 위에 앉아 “교육부는 정책 신뢰 회복하라!”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엔 교과서 발행사 12곳과 협력사 5곳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재검토’를 촉구하기 위해 궐기 대회를 열었다. 이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올 초 학교에 도입된 AI 교과서가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가 되면서 사용 여부를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학교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아 사실상 폐기될 수 있다고 업체들은 우려하는 것이다.

박정과 천재교과서 대표는 집회 연단에 올라 “출판인들이 국회 앞에 모인 건 역사상 처음”이라며 “정부를 믿고 AI 교과서 개발에 수천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제 와서 교육 자료로 지위를 바꿔버리면 어떡하라는 거냐”고 호소했다.

박찬용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대표는 “수천억 원을 투자하고 밤을 새워 만든 콘텐츠가 정권 교체로 하루아침에 폐기되는 게 정당한지 의문”이라며 “정책 논의에서 우리를 투명인간, 꼭두각시 취급하지 말라”고 했다.

발행사 대표들은 이날 결의문에서 “AI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것은 교육 혁신의 성과를 무력화하고, 대한민국이 미래 교육을 선도할 결정적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비용 회수 문제다. 교과서가 학교에 의무 도입된다는 정부 정책을 믿고 업체별로 많은 인원을 채용해 2~3년간 많게는 1000억원을 쏟아부어 AI 교과서를 개발했는데, 현장에서 안 쓰이면 비용 회수가 어려워진다. 발행사에 따르면 AI 교과서에는 발행사들이 투자한 8000억원 외에도 정부가 교사 연수, 인프라 등에 1조2000억원가량을 썼다. 업체들은 “2조원을 투자해 놓고 시행 6개월 만에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건 엄청난 예산 낭비”라고 주장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중·고교 1만1932곳 중 32%만 AI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이 AI 교과서 도입을 반대해 올해에 한해 교육부가 자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교과서인 상황에서도 사용률이 낮은데, ‘교육 자료’가 되면 사실상 폐기될 수 있다고 업체들은 보고 있다.

발행사들은 최근 별도 기자회견에서 “현재 업계에서 AI 교과서 관련 일을 하는 직원만 9000~1만명인데, 이들은 정책이 후퇴하거나 폐기되면 다른 업무로 전환이 힘들어 고용 유지가 어렵다”며 “직원들의 생계가 걸린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