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효고현 무코가와여대가 공학 전환을 밝혔다./무코가와여대 홈페이지 캡처

일본 최대 규모 여자대학이 남녀공학으로 전환한다. 현지 언론들은 학령 인구 감소 여파라고 전했다.

일본 효고현에 위치한 무코가와여대는 17일 “2027년부터 학교를 공학으로 전환한다. 교명은 무코가와대학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 대학은 1939년 법인이 설립된 전통 있는 학교다. 대학 측은 “교육 환경을 여성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성별, 연령에 관계 없이 폭넓게 개방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젠더와 다양성에 대한 교육은 남성에게도 필요하다”고 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매체는 “학령 인구 감소가 계속되는 가운데 학교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공학 전환을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 학교는 21개 학과, 제적생 1만여 명의 일본 최대 규모 여대다. 학생 충원율은 95% 수준으로 당장 경영에는 문제가 없지만, 초고령사회 일본의 학생 인구 감소 현상이 앞으로 계속 이어지기에 학교 규모 유지를 위해 선제적으로 공학 전환에 나선다는 것이다. 일본 당국에 따르면 대학 입학 시험에 응시하는 연령인 18세 인구는 1990년대엔 한해 200만명을 넘기도 했으나 올해는 109만명이다. 2050년 대학 입학자는 43만명으로 추산된다.

학교의 공학 전환 결정에 재학생 중심으로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NHK는 “무코가와여대 학생들 사이에서 ‘여대 특색이 사라질까 우려된다’ ‘교명 변경에 대해 부정적이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반면 “강의실 토론에서 남녀 의견이 고루 반영될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학생 인구 감소가 예견된 상황에서 학교가 규모 유지를 위해 공학 전환을 검토하는 건 타당하다”는 현지 네티즌 반응도 있다.

학령 인구 감소 속 일본 여대들의 공학 전환은 계속 진행 중이다. 앞서 3월엔 일본 교토부의 교토코카여대가 2026학년도부터 공학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일본 4년제 여대 수는 1990년대 후반 100여 곳이었지만 2020년대 들어 70여 곳으로 줄었다.

역시 학령 인구 감소가 예정된 한국에서도 이미 숙명여대, 성신여대 등 주요 여대 중심으로 일부 남학생 입학 허용, 공학 전환 등에 대한 크고 작은 논의들이 있었다. 그러나 작년 공학 전환 논의설로 촉발된 동덕여대 사태로 여대 현장에서 공학 전환 논의를 꺼리는 상황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들의 노선 변경은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일본은 당장은 학생 수급에 문제가 없는 곳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