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대학교가 오는 10월 글로벌지역학부(OSGA)에 ‘한류학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지난해 교내 외국어 교육 기관인 ‘랭귀지 센터’에서 가르치는 12번째 외국어로 한국어를 채택한 데 이어, 이제는 한류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옥스퍼드대 한류학 프로그램은 한류 연구에 관심이 있는 전 세계 석·박사 과정 학생에게 연구를 지원하고 세미나와 학술 콘퍼런스 등 학술 교류도 진행하는 연구 플랫폼이다. 유럽에서 한류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면서 한류의 사회·경제적 가치 등을 연구하려는 학문적 수요 역시 높아지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그런 수요에 대응할 연구 기관이 없었는데, 옥스퍼드대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류학 프로그램 설립을 맡은 조지은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과 교수는 “옥스퍼드대 내에서 세계 문화·예술 부문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 문화를 연구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와서 이번 프로그램을 설립하게 됐다”면서 “연구 프로그램이 정착하면 수년 내 ‘한류학 연구센터’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미 일본과 중국 등은 옥스퍼드대에 학위 과정을 운영하는 지역학 연구센터를 두고 있다. 예컨대, 1981년 일본 자동차 기업 닛산의 투자로 설립된 ‘닛산 일본학 연구센터’는 일본학 연구 논문을 활발히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의 브랜드 가치를 공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지은 교수는 “한국과 한류(Korean Wave)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거품(Bubble)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연구를 통해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번 옥스퍼드대 한류학 프로그램 설립을 위해 한국 도시가스 기업인 삼천리가 약 25억원을 기부했다. 옥스퍼드대는 연구 기관이나 프로그램을 설립할 때 대부분 기부를 받아 진행하는데, 한류 프로그램의 취지에 공감한 삼천리가 선뜻 쾌척한 것이다. 조 교수는 “지난 2월 옥스퍼드대를 방문해 ‘한국 사회 마약 위기’를 주제로 강연한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영국 내 한류학에 대한 학문적 수요를 체감하고 직접 삼천리와 옥스퍼드대를 연결해주며 기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