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전달식 강의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얼마나 많이 외웠는지 확인하는 시험도 불필요합니다. 이제 대학은 ‘고통스럽지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마이클 매기(54) 미네르바 대학교 총장은 지난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전통적인 대학 교육으로는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급변하는 미래를 주도할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창의적인 질문을 던지고 협업하는 능력은 단순히 전공 지식을 습득하고 암기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기 총장은 “한국이 경제력에 걸맞은 교육 강국이 되려면 대학들의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건 분명하다”고 했다.
기업 투자를 받아 2012년 설립된 미네르바대는 전통적인 대학 교육 방식을 따르지 않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물리적 캠퍼스가 없고,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대신 학생들은 4년간 전 세계 8국 도시에 머무르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현지 기업이나 비영리단체 등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수행한다. 최근 3년 연속 ‘세계 혁신 대학’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대학에서 10년간 미국 문학과 철학을 가르친 그는 2022년 4월 미네르바대 총장에 취임했다.
매기 총장은 “미네르바대 학생들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통해 ‘고통스럽지만 의미 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나 무역 갈등 등 사회 문제나 기업의 실제 고민을 연구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멕시코의 쓰레기 매립지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멕시코 정부와 함께 매립지 환경 분석 시스템을 제작하는 식이다.
그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은 정해진 정답이 없어 해법을 찾기까지 매우 고통스럽지만, 그런 고통을 겪어봐야 AI가 대체할 수 없는 협업 능력과 창의성이 길러진다”고 강조했다.
미네르바대는 학생들의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위해 세계 여러 기업 및 비영리단체와 더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관련 연구실과 센터를 만들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일본 도쿄의 ‘AI 연구실’은 손정의육영재단의 투자를 받았다. 이 연구실에 참여하는 미네르바대 학생들은 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 ‘딥코어’에서 인턴십을 하며 AI를 기반으로 한 면접 연습 앱, 기업 채용 담당자를 위한 평가 도구 등을 만들었다. AI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예측하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에는 아직 미네르바대의 연구실이나 센터가 없다. 매기 총장은 “아시아 어느 도시보다 서울에 ‘글로벌 외교 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북한·중국·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미국과 긴밀한 관계에 있어 세계 여러 나라가 고민하는 외교·안보 문제, 정치적 갈등이 종합적으로 나타나는 곳”이라며 “서울만큼 글로벌 외교를 연구할 좋은 장소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네르바대는 연구실과 센터를 기부받아 설립·운영한다. 매기 총장은 앞으로 글로벌 외교 센터의 취지에 공감하는 한국 기업이나 재단을 적극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