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휴대전화 사용을 제지하는 교사를 폭행해 충격을 주면서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오랫동안 ‘학생 인권 침해’라는 이유로 논란이 됐던 ‘휴대전화 일괄 수거’에 대해서도 찬성 의견이 커지는 분위기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양천구 한 고교 3학년생 A군에게 이달 중 징계 여부를 통보할 예정이다. A군은 지난달 수업 도중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다가 교사의 제지를 받자 휴대전화를 쥔 손으로 교사 얼굴을 가격했다. 이 사건 이후 교사노조는 유·초·중·고 교사 2605명 대상으로 학생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설문을 진행해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설문 결과 교사 61.3%가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해 학생을 지도하다 갈등을 빚은 적 있다”고 답했다. 휴대전화 관련 갈등이 전보다 늘었다는 응답은 72.9%였다. 또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할 때보다 학생 자율에 맡길 때 교사와 학생 간 갈등이 더 심해진다는 응답은 84.1%에 달했다. 현재 학교마다 학생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한 뒤 하교 때 돌려주는 곳도 있고, 학생 개인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는 등 제각각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도 휴대전화 수거에 대해 새로운 입장을 내놨다. 인권위는 지난달 28일 “학교에서 학생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건 인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결정문을 공개했다. 2014년엔 휴대전화 수거를 인권 침해라고 봤는데, 10년 만에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인권위는 “학생 휴대전화 사용에 관해 사이버 폭력, 성 착취물 노출, 도박 등 새로운 사회 문제가 발생했다”며 “더 이상 학교의 휴대전화 수거가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아예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교육부는 생활지도 고시를 통해 교사가 수업에 방해되는 휴대전화 사용을 제지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고시가 있어도 교사와 학생 간 갈등이 계속 일어나는 만큼 관련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여러 학생들의 수업이 방해받고 교권도 침해되는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긴급 상황을 빼면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에서도 교내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곳이 늘고 있다. 미국은 9주(州)가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고 있고, 다른 39주도 금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영국은 지난해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