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전(3058명)으로 돌리기로 확정했음에도 상당수 의대생이 복귀 데드라인인 30일까지 수업 거부를 이어가며 집단 유급이 현실화한다.
의대가 있는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선진화를위한총장협의회(의총협)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이날 의대생들에게 ‘의과대학 학생 여러분께 복귀를 요청하는 마지막 말씀’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오늘까지 복귀하지 않는다면 학칙에 따라 유급될 것이며 유급 대상자를 확정해 교육부에 제출할 것”이라며 “5월 이후에도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 오늘이 복귀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만큼 돌아오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전날 교육부는 각 의대에 30일 수업 복귀 여부를 기준으로 의대생 유급을 확정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의대들은 이날 자정까지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학생에게 다음 달 1일부터 유급을 통보한다. 유급 대상은 예과 1·2학년, 본과 1~4학년 등 모든 학년이다.
교육부는 지난 16일 의대생 수업 복귀율이 25.9%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까지 복귀율에는 별다른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이 30일 복귀하겠다고 밝힌 일부 의대가 있지만, 교육계에서는 상당수 의대생이 여전히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1만명 넘는 의대생이 집단 유급할 가능성이 크다. 40개 의대 전체 재학생은 1만9760명이다.
정부가 내년도 의대 증원을 철회했음에도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는 건 ‘의료계 강경파’들이 여전히 수업 거부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의대생 수업 거부를 통해 새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협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대생 커뮤니티 등을 통해 차기 정부가 학사 유연화 등을 통해 의대생을 구제해줄 것이란 근거 없는 얘기가 퍼져 나간 것도 이유다.
교육부와 각 의대는 다음 달 1일 결과를 번복하지 않는 ‘비가역적 유급’을 통보한다고 방침을 굳혔다. 이미 의대생 집단 유급 이후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 상황이다.
이번 집단 유급으로 수업 거부 중인 24·25학번과 신입생인 26학번을 합해 1학년 1만명이 동시 수업하는 ‘트리플링’ 문제가 내년 생긴다. 각 대학은 26학번에게 수강 신청 우선권을 주는 등 방법으로 트리플링 문제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동아대는 이미 ‘동일 학년에서 인원을 초과할 경우 학번에 따라 (수강 신청을) 확정함’이라는 내용의 학칙을 새로 만든 상황이다. ‘2026학년도 1학년 수업은 26학번, 25학번, 24학번 순’으로 수강 신청이 확정된다고 한다. 수업 거부 중인 24·25학번은 앞으로 학교생활 내내 수강 신청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학년 진급이 누락되고 졸업도 밀리는 등 불이익이 예상된다. 다른 의대들도 이 같은 동아대 사례를 참고해 학칙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 의대는 2~4차례 유급하면 제적한다는 학칙을 두고 있다. 일정 기간 수업에 무단결석하면 제적한다는 학칙을 두는 대학도 일부 있다. 이에 따라 대학가는 이번 집단 유급으로 올해와 내년 대략 1000~2000명 정도의 의대생이 제적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요청에 따라 이 같은 집단 제적을 대비한 의대 편입학 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제시하는 편입학 요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결원 100%를 편입학으로 채우지 못하는 의대들이 있는데, 당분간 예외를 둬 결원이 생긴 수만큼 학생을 충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