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새로 만드는 과학고 4곳에 대해 학교가 있는 지역 학생을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는 ‘지역 할당제’ 도입을 검토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지역은 “우리도 예산을 투자하는 만큼 우리 지역 학생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지만, 다른 시·군 주민들은 “우리도 같은 경기도민인데 불공평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경기교육청은 지난달 부천·성남·시흥·이천시에 과학고 4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일반고인 성남 분당중앙고와 부천고는 2027년 과학고로 전환하고, 이천과학고와 시흥과학고는 2030년 신설 예정이다.

현재 전국에 과학고가 20개 있는데, 17개 시도 중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에는 1곳(의정부 경기북과학고)뿐이다. 과학고에는 학교 소재 광역지자체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도에선 “과학고가 적어 이공계 우수 학생이 갈 학교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컸다. 이에 경기교육청은 지난해 과학고를 신설하기로 하고 공모한 결과, 기초자치단체 31곳 중 12곳이 신청했다. 이 가운데 경기교육청이 교육과정, 예산 지원 계획 등을 평가해 부천·성남·시흥·이천을 최종 선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 성남시 정치권에서 “과학고는 성남시 학생을 우선 선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병욱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분당을)은 지난달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고는 성남 시민 혈세로 설립되니 신입생의 30%는 성남 학생을 우선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상진 성남시장과 김은혜 국민의힘 국회의원(분당을)도 이어 9일 직접 임태희 경기교육감을 만나 ‘성남 학생 40% 할당’을 요구했다. 지난 총선 당선 후 과학고 설립을 추진해 온 김 의원은 임 교육감에게 “분당 학생들의 과학고에 대한 열의에 비해 교육 기회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성남 학생 의무 할당을 교육청이 선제적으로 조치해달라”고 했다. 경기도가 과학고 설립·운영을 위해 토지·인건비 등을 대지만, 성남시 역시 증축비, 기자재비, 추가 운영비 등을 대는 만큼 지역 학생을 일정 부분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교육감은 기자간담회에서 “과학고는 지역이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인 만큼 학생 선발 때 어느 정도 지역 할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지역 할당을 어느 정도 비율로 도입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시·군에서는 “지역 할당제를 도입하면 다른 지역 학생들의 과학고 진학 기회가 줄어든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전국 20개 과학고 중에 지역 할당제를 운영하는 곳도 없다. 또 4개 지자체가 IT(성남), 반도체(이천) 등 과학고를 특성화하겠다고 밝히고 선정된 만큼 해당 분야에 뛰어난 학생을 경기도에서 골고루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