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각 대학이 100% 자율로 결정하는 방안을 내놓자, 의대 학장들이 대학 총장에게 “내년도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나섰다. 늘어난 의대 정원을 지키려는 총장과 증원 철회를 요구하는 의대 교수들 사이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각 대학 총장들에게 협조 공문을 보냈다. KAMC는 공문에서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증원 전인) 2024학년도 정원(3058명)으로 재설정하고,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은 의료계와 합의해 구성한 추계 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함을 정부에 요구했다”며 “의대 입학 정원 관련 각 대학 이해가 다를 수 있지만 현 상황 해결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총장들이)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여야가 법안을 통해 신설을 추진하는 ‘의료 인력 수급 추계 위원회’에서 당장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결정하기 어려울 경우 각 대학이 증원 규모(최대 2000명)를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복지위 여당 간사인 김미애 의원은 “현실적으로 추계위가 정하기 쉽지 않을 것 같으니, (정부 제안을) 부칙에 담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방침이 확정되면 각 대학의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가 최소 0명(신입생 3058명)에서 최대 2000명(5058명)까지 될 수 있다.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의대 학장들이 전국의 대학 총장들에게 ‘0명 증원’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대학 총장들은 난감한 분위기다. 한 지역 사립대 총장은 “신입생이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 교수 추가 채용, 시설 확보에 예산을 투자한 상황에서 증원을 아예 철회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한 지역 국립대 총장은 “증원 철회를 주장하는 의대 교수들의 완고한 입장을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했다. 또 다른 수도권의 사립대 총장은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 대학 현장을 아사리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KAMC는 17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 전국 40개 의대에 650억원(대학별 약 16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도 보냈다. 올해 대학들이 작년 휴학한 1학년 3000명과 올해 신입생 4500명 등 7500명을 동시에 교육해야 하는 만큼,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