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미래사회 교육 컨퍼런스’가 지난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조선일보가 주최하고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국가인공지능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후원한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AI(인공지능) 시대의 교육 혁신과 인재 육성’이었다.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은 개회사에서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AI로 이전엔 상상할 수 없던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변화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시대 요구에 부합하는 교육 혁신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교육계 핵심 인사들이 AI 시대 인재상과 교육 방법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은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한 분야에 특화된 인재가 아닌 복잡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AI와 협업하면서도 인간 고유의 가치를 잃지 않는 인재”라고 했다. 염재호 국가인공지능위 부위원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서 보듯 AI로 학습자 특성에 맞춰 형식지(形式知·문서화된 지식)를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학습 효과를 분석해 피드백 학습을 하게 되면 교육의 효과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컨퍼런스에서는 ‘AI 교과서’가 이슈였다. 교육부는 내년 초·중·고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AI 교과서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날 국회에서 AI 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법안이 통과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AI 시대가 오며 생기는 변화를 위기로만 인식해 문을 닫는 것은 도태의 길”이라며 “이제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이 AI 교과서 등 교육 혁신을 먼저 시도하고 세계에 공유할 때”라고 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다양한 전공생이 AI 역량을 키워 제조, 의료 등 각 산업에 활용한다면 훨씬 더 뛰어난 성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AI 역량 강화 지원을 확대해 더 많은 청년이 혁신을 선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강은희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AI가 교육에 쓰이면 개인별 학습 수준 등에 맞는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시공간 제약 없이 학습 내용을 심화·보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첫 번째 기조 강연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AI 시대 한국의 교육 혁신 방향’을 주제로 진행했다. 이 부총리는 우선 AI 시대 인재의 자질에 대해 소개했다. 개념적 지식에 창의성, 인성, 융합 역량, 비판적 사고, 컴퓨팅 사고 등을 엮어 6개 핵심 역량을 고루 갖춘 인재가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이제 개념만 단순히 암기하는 방식의 교육은 끝났다”며 “이 같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AI 교과서처럼 교육 도구로 AI를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기조 강연은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가 진행했다. 이 교수는 AI 활용 능력에 따라 미래 세대의 임금 격차가 발생할 것이란 연구 등을 제시하며 “공교육이 AI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오후에는 김정호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국내 주요 기업이 말하는 AI 시대 인재상과 교육을 주제로 ‘기업 좌담회’를 진행했다. 패널로는 이태희 삼성SDS AI연구팀 상무, 김영옥 HD현대 AI센터 상무, 이문태 LG AI연구원 상무, 배순민 KT AI퓨쳐랩 상무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대학이 창의적·비판적 사고, 융합 역량 등 ‘기초 역량’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난도 AI 기술 교육은 기업에서도 가능하지만, 이 같은 역량은 대학 때부터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임태희 경기교육감이 AI 시대를 맞아 교육청은 어떻게 탈바꿈해야 하는지 ‘경기 교육의 새로운 길’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임 교육감은 “AI 기술 등으로 교육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경기교육청은 내년부터 조직도를 미래 교육 체제로 전면 개편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제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은 ‘디지털 전환(DX)과 AI 시대,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 원장은 “DX와 인공지능 전환(AX)에 대응해 AI교과서 등 학습 경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정보 격차로 인한 교육 불평등 발생 등 앞으로 해결 과제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상민 과기정통부 과장은 ‘AI 핵심 인재 양성·확보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이 과장은 “AI인재가 산업계, 대학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도전적 연구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계 핵심 인사들이 모인 이날 컨퍼런스는 조선일보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됐다. ‘미래사회 교육 컨퍼런스’는 2020년 가을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 대한 성찰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모색하고자 시작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2023년 4월 ‘일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패러다임 대혁신 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렸던 3회에 이어 네 번째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