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 논술 전형(자연 계열) 시험 효력 중지 가처분을 인용하자, 한 입시 업계 관계자는 “연세대보다 시험을 정상적으로 본 수험생들 충격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했다. 해당 전형은 내신이나 수능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논술만 100% 반영한다. 요즘 상위권 대학 정시 전형을 ‘N수생’이 싹쓸이하다 보니, 이 전형에 전력투구한 고3이 많다. 학원가에는 연세대 논술 전형만 노린 입시 준비반이 따로 개설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오는 12월 13일로 예정된 합격자 발표가 중지되면서 1만명 가까운 수험생들 모두 극심한 혼란에 빠진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달 12일 연세대 수시 논술 시험 도중 수학 문제가 인터넷에 유출되는 등 공정성에 문제가 생겼다며 수험생 18명이 소송을 내며 시작됐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연세대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첫째, 이번 소송을 낸 수험생 측이 요구한 것처럼 재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지난달 이 전형 시험을 본 수험생 9666명을 다시 불러 모아 시험을 보고 심사해야 한다. 당연히 정상적으로 시험을 봤던 수험생이 입을 피해가 크다. 지난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받았던 학생이 또다시 시험을 잘 치른다는 보장이 없고, 일정상 재시험을 못 치는 수험생이 생길 수도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전형 모집 인원(261명)을 정시 모집 인원으로 이월하는 방안도 있다. 이 경우 이 전형에 지원했던 수험생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 수험생들은 수시 전형에서 6개 대학(학과)에 지원할 수 있다. 이 전형 모집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면 수험생들은 수시 지원 카드 1장을 허망하게 날리게 된다. 특히 원래라면 합격했을 수험생 261명이 볼 피해는 어떤 방법으로도 구제가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원의 이번 결정이 다소 지나쳤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부가 문제 유출 사태와 무관한 다수 수험생의 이익에 좀 더 초점을 뒀어야 하는데도, ‘이익형량(달성하고자 하는 이익과 그에 따라 침해되는 이익을 비교)’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했다. 왜 가장 중요한 다수 수험생을 빼고, 소송을 낸 수험생과 연세대의 관계만 따져 가처분 결정을 내렸느냔 것이다.
물론 이 사건은 논술 시험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연세대의 잘못이 가장 크고 이에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성실히 시험 본 수험생들 입장에선 이번 법원 판단도 원망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법원과 연세대, 소송을 낸 수험생 측은 신속히 본안 소송(논술 시험 무효) 등 사건을 마무리 지어 수험생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