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 아트앤테크놀로지학과 학생들이 모션캡처 기술을 사용하여 다양한 형식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실험할 수 있는 모션캡처스튜디오(Motion Capture Studio)에서 교수와 함께 프로그램을 시연하고 있다. 대학들은 급변하는 사회에 필요한 융복합 인재를 키우기 위해 연구 인프라를 혁신하고 있다. /서경대 제공

사회 전반에 걸쳐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지식의 유용성은 오래가지 못하고, 문제마다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 시대다. 미래 인재는 첨단 기술 분야 지식뿐 아니라 여러 분야 학문을 융합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 주요 대학들은 이런 인재를 키우기 위해 전공과 교육 시스템을 일대 혁신 중이다. 학생들이 한 학문에 갇히지 않고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첨단 기술’ ‘융·복합’을 키워드로 혁신 중인 대학들을 소개한다.

세종대는 1990년대부터 공학 계열 학과를 집중 개발한 결과 바이오생명공학, 나노신소재공학 등 경쟁력 있는 전공을 키웠다. 올해 첨단 분야인 AI로봇학과, 인공지능데이터사이언스학과, 지능형드론융합전공 등 3개 학과를 신설했다. AI로봇학과 학생은 직접 로봇과 자율 주행차 같은 모빌리티를 제작해 보고, 지능형드론융합전공의 모든 학생에게 실습에 필요한 키트를 제공한다. 인공지능데이터사이언스학과 학생들은 IT 분야뿐 아니라 인문, 예술, 사회과학 등 비IT 분야로도 진출할 수 있다.

건국대는 신산업 수요에 맞는 ‘융합형 인재’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첨단 분야 혁신융합대학 사업, 메타버스 융합대학원 지원 사업 등 다양한 정부 재정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KU 융합대학기술원’에선 바이오·공학 등 8개 학과를 운영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을 다루는 ‘스마트ICT 융합공학과’, 미래형 운행체 개발을 배우는 ‘스마트운행체공학과’ 등 미래 산업 인재를 키운다.

성균관대는 ‘인류와 미래 사회를 위한 담대한 도전’을 큰 원칙으로 삼고 교육 시스템 혁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정부 반도체 재정 지원 사업 3개에 모두 선정되는 등 미래 첨단 산업 핵심인 반도체 분야 인재를 육성을 주도하고 있다. 캠퍼스 교육과 연구 환경도 개선 중이다. 수원 자연과학캠퍼스에 팹랩(FabLa), CNS연구 센터를 만든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맞춰 오픈·통합형 학습 플랫폼도 구축했다. 사전에 온라인으로 자료를 공부하고 오프라인 강의실에선 교수와 토론하는 ‘플립 러닝’ 교육도 확산한다.

중앙대학교는 2020년 박상규 총장 취임 이후 첨단 과학 기술 분야 중심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체계를 전환했다. 국내 사립 대학 중 연구비 수주 규모 5위에 올랐고, 18개 사업단(팀)이 BK21 4단계 사업에 선정됐다. 2개 연구소는 과기부 선도연구센터 사업에 선정됐다. 인문·이공·이공·예술·의약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이 있는 중앙대는 여러 학문을 바탕으로 융·복합 연구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최근엔 첨단 신기술 연구 인프라 개선을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신공학관 건축을 추진 중이다.

국민대는 ‘인공 지능 특화 인재’를 육성한다. 보통 AI 관련 학과는 이공 계열에 개설돼 있다. 국민대는 이런 통념을 깨고 자연, 인문, 예체능 등 모든 계열에 인공지능 관련 전공을 신설했다. 사회 전 분야에 AI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대학에 신설된 AI빅데이터융합경영학과에선 빅데이터 관련 지식을 기반으로 문제 해결력을 갖춘 분석 전문가를 키운다. 디지털 마케팅, 디지털 금융·핀테크 등 경영학 여러 분야와 융합하는 교과 과정을 갖고 있다.

수원대는 학생들의 창업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창업 동아리를 운영하고, 창업 장학금도 지원한다. 특히 수원대 창업지원단은 지역의 창업 지원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 남부 지역의 대학을 모아 창업 연합 ‘G-HOP’을 결성하고, 수만 명에게 창업 문화를 홍보했다. ‘로컬 콘텐츠 중점 대학’ ‘창업 패키지’ 등 정부 사업에 잇따라 선정되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광운대는 ‘미래 지향형 교육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이라는 핵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첨단 분야 특성화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시스템 공학부와 AI 로봇 전공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K-산학 협력 발전 계획 2030′을 선포하고 대학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자 한다. 산학 협력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전국 대학 창업 지원 부분에서 학생당 창업 전담 인력 1위, 학생당 지원금 5위를 기록했다.

경희대는 인간 중심 후마니타스(Humanitas) 정신에 입각한 첨단 분야 교육이 특징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최근 학부에 ‘인공지능학과’ ‘스마트팜학과’ ‘빅데이터응용학과’ ‘반도체 공학과’를 신설했다. 지난해 융합기술연구소를 신설하고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여러 학문이 융합된 교육과 연구를 촉진하고 있다.

단국대는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수소에너지 등 미래 산업 인재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단국대 죽전캠퍼스는 세계 1위 반도체 산업 단지가 조성되는 용인시에 있는 만큼 반도체 특성화를 추진 중이다. 천안캠퍼스는 2027년까지 536억원이 투입되는 ‘캠퍼스 혁신 파크’에 선정되어 산학연 중심지로 키워질 전망이다. 학생들에게 융·복합 교육을 하기 위해 자기 설계 전공, 마이크로 디그리 등 유연한 학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경대는 ‘창의 융·복합 실용 인재’를 인재상으로 삼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복합적 문제 해결 역량과 융·복합 역량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트앤테크놀로지학과, 스포츠앤테크놀로지학과, 소프트웨어학과 등 첨단 분야 학과들도 주목받고 있다. 두 개 이상 학과가 함께 운영하는 융합 전공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패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공, 콘텐츠커머스 전공 등이 있다. 융합 전공을 이수하면 학생들이 졸업할 때 학위 2개를 따게 된다.

대구한의대는 ‘한의학의 과학화, 산업화, 세계화’라는 건학 이념을 바탕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일찍부터 화장품 공장 학교 기업을 운영하면서 지역 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했다. 최근엔 숙명여대 등 다른 대학들과 함께 협업하면서 화장품 산업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에 대구한의대가 갖고 있는 교육 역량을 수출하고 있다. 몽골의 모노스그룹을 대상으로 스마트팜 시스템 투자 유치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