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한 중학교 3~5곳을 한번에 통폐합하는 실험에 나선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가까운 학교 2개만 합쳤는데, 이것으론 급격한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역을 넓혀 3개 이상 학교를 합친 뒤 기숙사를 짓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교육’ 때문에 지역을 떠나는 학생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정인성

18일 전북교육청은 “최근 남원의 4개 면(금지·대강·송동·수지)에 있는 중학교 4곳을 2028년까지 1개로 통합해 ‘거점형 중학교’를 만들기로 했다”면서 “이를 시작으로 다른 시군에도 지역 상황에 맞는 다양한 통합 학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전북교육청은 학교를 대체로 1대1로 통합해 왔다. 하지만 인구 감소 속도가 워낙 빨라 통합한 학교에서도 학생이 줄어서 수년 안에 다른 학교와 재통합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통합 효과를 보려면 아예 처음부터 3개 이상 학교를 합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작년 전북의 중학교 211곳 중 전교생 10명 미만의 ‘초미니 학교’가 13곳(6.2%), ‘10~30명 이하’가 50곳(23.7%), ‘31~60명 이하’가 22곳(10.4%)에 달했다. 학교당 평균 학생 수도 동(洞)지역은 346.9명, 읍 지역은 148.9명인데, 면 지역은 26.3명에 불과했다.

전북교육청이 여러 면에 있는 소규모 중학교 3개 이상을 통폐합하는 실험에 나선다. 가까운 2개 학교를 통폐합하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기엔 인구 감소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그 시작으로 남원시의 소규모 중학교 4곳을 2028년까지 1개로 합친다. 사진은 통합 대상 중 한 곳인 남원 금지중 교실 모습. /정해민 기자

학교를 3~5개 합치면 정부 지원금으로 질 높은 교육 과정도 운영할 수 있다. 교육부는 폐교 1곳당 교육청에 10년간 총 90억원을 지원한다. 전북교육청은 이 예산 중 일부를 통합학교에 지원한다. 폐교가 1곳일 땐 25억원, 2개면 40억원, 3개면 55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예컨대, 4개 학교가 1개로 합치면 3개가 폐교됐기 때문에 55억원을 받는다. 학교는 이 예산을 방과 후 학교, 동아리, 돌봄 교실, 시설 개선 등에 쓸 수 있다.

멀리 떨어진 여러 학교를 통합하면 ‘통학 거리’가 가장 큰 문제다. 전북교육청은 통합학교에 ‘기숙사’를 짓고 연간 운영비를 3억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사정상 기숙사를 운영하지 못하는 학교는 통학차량 운영 비용을 지원한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면 지역엔 좁은 도로가 많아서 버스나 승합차가 다니기 어려운 곳도 있다”면서 “그럴 경우 택시비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동문들 반발을 넘는 것도 통폐합의 숙제다. 경북교육청은 지난해 지역 주민 반발을 고려해 통합 대상 학교 기준을 ‘전교생 10명 이하’에서 ‘15명 이하’로 늘리기도 했다.

다른 지역들도 새로운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전략을 세우고 있다. 강원교육청은 ‘면당 최소 1개 학교를 남기겠다’는 ‘1면(面)1교(敎)’ 통합 정책을 추진한다. 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합쳐서 교육 과정을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학교 3학년’ 대신 ‘9학년’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강원교육청 관계자는 “기존엔 학생수 10명 이하면 통합하는 식으로 기계적으로 했는데, 이젠 다양한 방식으로 통합 학교를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남교육청도 지난해 새로운 학교 통합 유형을 만들었다. 여러 학교의 저학년은 저학년끼리, 고학년은 고학년끼리 통합하는 방안이 있다. 또 도시의 작은 학교와 농촌의 작은 학교를 통합해서 도시 학교에선 교과 과정을 운영하고, 농촌에선 생태 교육 등 다양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방식도 제시했다. 통합 학교에선 무학년제, 마을 인프라를 교육에 활용하는 등 새로운 교육 과정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충남교육청은 “올해 8월까지 지역의 의견을 받아서 새로운 통합 모델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은 대도시 상황에 맞는 ‘주교 복합 모델’을 추진한다. 고층 빌딩을 지어 저층에 학교가 들어가고, 중·상층에 상가나 아파트가 들어가는 식이다. 서울도 학령 인구 감소로 2028년엔 초등학교 6곳 중 1곳(16.7%)이 한 학년에 40명도 안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