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전북 남원 금지면 금지중 한 교실에서 3학년 학생 3명이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이 학교의 전교생 수는 총 13명이다. /정해민 기자

지난 5일 전북 남원 수지면 수지중학교. 이 학교 전교생은 이달 졸업한 2명을 포함해 총 7명이다. 수업 중인 2학년 1반 신발장에는 운동화 다섯 켤레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2학년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1층짜리 학교의 복도에 퍼졌다. 수지중은 올해 문을 닫는다. 학생들은 다음 달 새 학기 시작에 맞춰 인근 송동면의 송동중학교로 전학을 갈 예정이다.

전북교육청은 남원 금지·대강·송동·수지면 등 서부권 4개 면에 하나씩 있는 중학교 4곳을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통합한다. 이들 4개 면의 면적은 142.8㎢로 인구 91만9856명의 성남시 면적(141.6㎢)과 비슷하다. 반면 남원 서부권 4개 면에 사는 인구는 총 6527명이다. 4개 중학교 학생 수는 지난해 기준 총 44명이다. 학령 인구 감소로 소멸하는 작은 학교를 하나로 합쳐 적정 규모의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수지중 교사와 교직원들은 학생들을 위해 ‘2023 행복한 기억’이라는 제목의 앨범을 만들었다. 같이 벽화를 그리고 인형을 만드는 전교생 모습을 담았다. 졸업생 송모(16)양은 지난해 9월 같은 학년 남학생 한 명이 전학 오기 전까지 3년 동안 교실을 혼자 썼다고 한다. 수지중 교장은 “학생들이 수지중에 다니는 동안 만족했지만, 전학 가서도 잘 적응할 거라고 믿는다”며 “동급생 없이 3년 동안 학교를 다니는 학생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학생이 있는 학교에 다니는 게 교육적으로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송동중은 새 식구를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었다. 학교 뒤 주차장 한편에서는 임시 교실을 짓고 있었다. 수지중에서 전학 올 특수 학생을 위한 교실로 쓸 예정이라고 한다. 송동중은 새로 온 학생들의 적응을 돕는 전담 상담사와 복지사도 고용할 예정이다. 해외 교류 프로그램도 검토 중이다. 송동중 교장은 “새로 오는 학생들을 따뜻하게 맞아서 4개 학교 통합의 첫 단추를 잘 꿰어보겠다”며 “교사들의 일거리는 늘겠지만 학교 통폐합과 관련한 염려를 해소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는 통합 학교를 반기는 분위기다.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0% 이상이 통합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지면 금지중 2학년 안모(15)양은 아침마다 10분씩 부모님 차를 타고 등교한다. 버스를 타면 1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안양은 “작은 학교에 다니면 선생님들이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는 좋은 점도 있지만 (친구가 없다 보니) 소심한 성격이 생기기도 한다”며 “저는 내년에 고등학교에 가서 통합 중학교를 다니지 못하지만, 후배들은 친구가 많은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통합 학교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 수지면 수지중학교 학생들의 추억이 담긴 앨범 모습. 수지중은 올해 문을 닫는다. /정해민 기자

학교가 없어지는 것은 아쉬운 일이기도 하다. 대강면의 대강중은 지난해 전교생 수가 3명이었다. 교실을 개조해 만든 카페 공간에는 학생들이 대강면 곳곳을 촬영한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다. 대강중은 지난해 실시한 통합 찬반 투표에서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통합이 추진되는 4개 학교 중 가장 서쪽이라 학생 통학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있었다. 4개 학교 중 대강면과 수지면까지 거리는 차로 30분 이상 걸린다. 수지면에 통합 학교가 생길 경우 대강면에 사는 학생은 통학에 왕복 1시간을 써야 할 수도 있다. 각 면을 잇는 도로 대부분은 왕복 2차로 정도여서 넓지 않았다. 대강중도 통합 학교가 운영되는 2028년에는 없어질 예정이다.

교육청은 통합 학교를 신설할 7개 부지 후보에 대한 주민 투표를 진행한 후 2026년에 통합 학교를 짓기 시작해 2028년부터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통합 학교 부지 후보로는 송동면과 주천면의 폐교 부지 2곳, 수지면의 농장 부지 1곳 등이 거론된다. 기숙사 운영을 위해선 최소 100~120명의 학생이 필요하지만, 2028년 예상 학생 수는 60여 명에 불과하다. 전북은 농어촌 지역 중·고등학생들이 이용하는 통학 택시 사업인 ‘행복 콜택시’를 이용해 통합 학교의 학생 통학을 도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