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용인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설 고등학교(용인외대부고) 졸업생 유리아씨./본인 제공

올해 수능에서 유일한 전 과목 만점자는 용인 한국외대부설고(자사고)를 졸업한 유리아씨다. 서울 출신으로 서울 강남 지역 학원에서 재수를 했다. 유씨는 7일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국어(언어와 매체), 수학(미적분), 영어, 과학탐구의 생명과학1·지구과학1 과목을 시험쳤다”며 “생각하지 못한 결과라 얼떨떨하다”고 했다.

유씨는 의대 진학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서울대 의대는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대 의대에 지원하려면 과학탐구에서 물리와 화학 중 한 과목을 반드시 응시해야 하는데, 유씨는 생명과 지구과학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수능은 다 맞았지만 서울대 의대 입시 기준은 맞추지 못한 것이다. 유씨는 “후회는 없다”며 “의예과에 지원해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등 뇌질환과 관련한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씨는 작년 입시에서 수시와 정시를 모두 준비하다가 양쪽 모두에서 아쉬운 결과를 받았다고 자평했다. 올해는 일찌감치 재수 종합반을 다니며 정시(수능) 대비에 집중했다. 그는 ‘수능 만점’ 비결로 “매일 아침 같은 시간 일어나 아침 공부하는 습관을 지킨 것”을 꼽았다. 실제 수능 시험이 아침 일찍 시작하는 만큼 아침 공부에 익숙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출 문제를 많이 보고 분석하는 습관’도 강조했다. 정부가 지난 6월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발표하자 기출 문제를 더 파고들었다고 했다. “킬러 문항을 내지 않으려면 (출제) 논란이 일어나지 않을 기존 문제를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유씨가 평소 많은 시간을 투입한 과목은 국어라고 한다. 올해 수능에서 국어 만점자는 0.01%(64명)에 그쳤다. 그는 “국어가 수능 1교시에 보는 만큼 (결과에 따라) 다음 과목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에 국어를 열심히 했다”고 했다. 올해 국어에서 가장 어려웠던 문제로는 현대 소설인 ‘골목 안’ 지문을 꼽았다.


▷유씨의 서면 인터뷰 전문

-전국 유일의 수능 만점자인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제 스스로도 수능 만점이라는 게 생각지도 못한 결과라서 아직 얼떨떨하고 실감이 많이 나진 않습니다. 많이 놀라우면서도 기쁜 상태입니다.”

-올해 수능에서 어떤 영역과 과목을 응시했습니까?

“국어 영역은 언어와 매체를, 수리 영역은 미적분, 그리고 과학은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을 선택해 응시했습니다. 국어는 개인적으로 문법에 자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해서 풀이 시간을 줄이고 시험 운영하는데 도움이 되어서 언어와 매체를 선택했습니다. 미적분은 통합 수능 이전부터 당연히 선택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변 이과 친구들도 미적분을 많이 하기도 하고 안전성도 생각해서 미적분을 택했습니다. 지구과학의 경우 고등학교 3학년 내신 당시에 했던 과목이어서 선택했습니다. 내신에서도 다뤘던 과목이기 때문에 정시를 함께 준비하는데 수월했습니다. 생명과학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고 고3 때와 마찬가지로 선택했습니다.”

- 올해 입시에서 지망하려는 대학과 학과는 무엇이고, 그렇게 진로를 정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의예과를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주변 친척분들이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진단을 받는 것을 보면서 무섭기도 하면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뇌질환들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더 많은 부분을 접하면서 의학을 공부하면 환자들을 임상으로 가깝게 만날 수도 있고 원래 관심 분야와 연결하여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의예과로 지망 학과를 정했습니다.”

- 그럼 서울대 의예과를 지원하실 건가요

“서울대 의예과 지원 자격은 물리나 화학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제가 자격 충족이 되지 않아서 지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 선택에 대해 후회는 없습니다.”

- 올해 수능에서 만점을 받기까지 가장 효과적이었던 공부 비결을 하나만 꼽아 주시고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선 루틴으로만 보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무조건 동일하게 유지해서 아침 공부를 익숙하게 하는 습관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수능시험도 아침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공부 방향으로는 기출문제를 최대한 많이 보고 분석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쉴 때는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 활동적인 걸 하기보다는 아빠랑 함께 OTT에서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를 보면서 리프레쉬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빠도 저도 추리나 미스터리 장르의 영화를 좋아해서 같이 보고 쉬고 했습니다.”

- 재수생이라고 알고 있는데 재도전을 결정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용인외대부고를 나왔습니다. 외대부고는 수시에도 강점을 가진 학교다 보니 고등학생 때 수시도 열심히 챙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년까지는 수시지원을 위해 자기소개서도 써야 하고, 정시 하나에만 집중하기에는 다른 활동들을 함께 하면서 수능이 끝나고 과목당 한 두 문제씩 아쉬운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정시에 몰입을 덜 했던 부분이 아쉬웠고, 이럴거면 한 번 더 공부해서 정시를 잘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재도전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 올해는 정부가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6월 모의평가 이후 발표했습니다. 수험 과정에 이런 소식에 대해 혹시 영향을 받았는지, 수능을 치르면서 킬러문항을 접했을 땐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수능 당일에는 문제를 풀면서 이 문항이 킬러문항이다, 아니다를 판단할 여유도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저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했습니다.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는 발표가 수험 기간 중에 나와서 공부 방향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기출을 다시 볼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킬러문항이 배제된다면 평가원에서는 논란이 없을만한 기존의 문제들을 오마쥬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출문제 푸는 양을 더 많이 늘려서 준비했습니다.”

- 수능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무엇이었고 이번 수능을 치르면서 가장 어렵게 느꼈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수능을 준비하면서 전체적으로 국어에 가장 많이 투자한 것 같습니다. 국어라는 과목이 1교시에 보는 과목이라서 이후에 시험을 치르는 다른 과목에도 영향을 가장 많이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변수가 많은 과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험을 치를 때 컨디션도 그렇고 시험지마다 잘 맞고 안 맞고 결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변수에 따른 영향을 최대한 줄이려면 공부량을 상대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국어에 가장 많이 투자했습니다.이번 수능 국어에서 ‘망해’ 지문이 논란이 많이 됐다고 알고 있는데 저는 오히려 그 다음 지문으로 나왔던 현대소설 ‘골목 안’ 지문이 많이 까다롭게 느껴졌습니다.”

- 교육부는 공교육 만으로 충분히 풀 수 있는 수능을 출제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 올해와 같은 시험에서 목표하는 대학에 진학할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요?

“제가 사교육을 받지 않고 만점을 받았다면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저는 재수종합학원을 다녔기 때문에 답을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 부모님 혹은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또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단 부모님께는 제가 생각해도 주말에 많이 쉬었는데 아무 말 안하고 이해해주시고 존중해주려고 하신 것 같아서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쨌든 재수를 한다는 게 그렇게 좋기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끝까지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친구들에게는 아직 제가 만점을 받았다는 말을 안 했습니다. ‘올해는 수능 만점자가 없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도 많았기 때문에 말을 안 했는데 기사를 통해서 알게 되면 갑작스러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뒤늦게 알리게 된 점에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또 친구들도 놀라겠지만 저 스스로도 그것보다 더 놀란 상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수험 기간이 이제 끝이 났고 대학은 또 다른 생활이 될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가족들,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많이 가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