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사교육비로 쓴 돈은 26조원으로 집계됐다. 국방 예산(57조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교육부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2021년 대비 학생은 532만 명에서 528만 명으로 0.8% 줄었는데 총액은 10.8% 늘었다. 학부모들은 허리가 휜다. 작년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발간한 ‘세대별 교육 인식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의 사교육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한 학부모는 2001년 81.5%에서 2020년 94.3%로 12.8%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교육비가 부담되지 않는다’고 답한 학부모는 7.9%에서 3.8%로 4.1%포인트 줄었다. 2021년엔 사교육을 하는 이유로 ‘남들보다 앞서 나가게 하기 위해서’(26.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2001년의 경우 ’남들이 하니까 불안해서 시킨다’(30.5%)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사교육의 주된 원인은 남들과의 비교에 따른 ‘불안 심리’라는 분석이다.
과중한 사교육비는 국내 출산율이 세계 최저로 떨어진 주요 원인으로도 꼽힌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8년 20~40대 여성 근로자 5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저출산에 대한 2040 여성 근로자 인식’ 자료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들이 원하는 이상적 자녀 수는 평균 2.0명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현실 여건을 고려한 자녀는 몇 명인가’에 대한 대답은 1.2명이었다. 원인으로 응답자 22.3%가 ‘사교육비 부담’을 꼽았다. 이는 ‘소득 및 고용 불안’(30.6%)에 이어 둘째로 높은 것이다. 서울 거주 2030 세대의 80% 이상은 자녀를 ‘경제적 부담’이라고 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사교육 수요는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기도 한다. 2019년 문재인 정부가 조국 전 법무장관의 자녀 입시 의혹을 계기로 대학 입학 정원에서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자, 입시 학원들이 몰려 있는 서울 대치동이나 목동 지역 부동산 가격이 뛰기도 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폐지하겠다는 당시 정부 기조와 맞물려 명문고와 사교육 인프라가 갖춰진 학군들의 부동산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2019년 박백범 당시 교육부 차관은 정시 확대 정책을 앞두고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유리한 경향이 있는 것은 맞는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