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1000억원씩 집중 투자를 받을 ‘글로컬대학’의 선정 기준이 공개됐다. 교육부는 16일 ‘글로컬대학 추진 방안’ 시안을 공개하고 첫 공청회를 열었다. 글로컬대학은 지역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최소 한 곳씩 육성하기 위해, 비(非)수도권 지방대 가운데 과감한 혁신 전략을 내놓은 30여곳을 뽑아 한 곳당 5년동안 1000억원 넘는 예산을 주는 사업이다. 지방대 육성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날 공개된 시안에는 글로컬대학 선정 시 평가 기준과 성과 관리 방안이 담겼다. 교육부는 앞으로 3차례 더 공청회를 열어 대학·지방자치단체 현장 의견을 듣고 온라인을 통해 일반 국민 의견도 받아 오는 31일 시안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올해 지방대(과학기술원 제외) 10곳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30곳 이상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글로컬대학은 2단계 심사를 거쳐 지정한다. 1단계에서는 대학이 혁신 비전을 제출하면 혁신성(60점), 자율성과관리 체계(20점), 지역 역량(20점)을 심사해 예비지정한다. 예비지정된 대학이 지자체·지역 산업체와 함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면, 글로컬대학선정평가위원회가 대면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한다.
◇학과·대학·산업 간 장벽 허물어라
교육부가 글로컬대학 혁신 전략으로 강조한 것은 ‘벽을 허무는 유연한 대학 운영’이다. 글로컬대학 예비 지정을 위한 혁신성 심사에서도 ‘대학 안팎의 경계나 대학 내부(학과·교수)의 벽을 허무는 시도가 혁신적인지’를 중점적으로 보기로 했다. 교육부는 “다양한 사회 수요에 대응하고 학생의 교육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유연한 학사 운영이 필요하다”며,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무(無)학과제도나 기초교양학부, 여러 학과·대학·기관에 공동 소속되는 JA(Joint Appoitment) 교원 제도 등을 예시로 들었다.
해외 유수의 대학들은 이미 이 같은 ‘벽 허물기’를 통해 지역과 동반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교육부 설명이다. 미국 브라운대는 학부생 전원을 학과 구분 없이 단일 계열로 선발해 스스로 교육과정을 설계한 뒤에 전공을 선택하도록 한다. 독일 미텔슈탄트대는 지역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기업이 교육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면서 ‘대학과 산업 간’ 장벽을 허물었다. 23개 대학이 하나의 시스템 안에 속해 캠퍼스별로 특화 분야를 키운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시스템과 같이 한 ‘대학 간’ 벽을 없앤 사례도 있다.
국내에서는 포스텍이 지난 2018년부터 세부 학과별 정원을 폐지하고 단일 계열로 신입생을 뽑고 있고, 전체 교원의 35.4%가 2개 이상 학과 소속으로 임용돼있다. 서울대도 지난해 8월 발표한 ‘중장기발전계획’ 보고서에서 오는 2040년까지 모든 신입생을 소속 학과 없이 통합 선발하는 안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고, 지난달 취임한 유홍림 총장도 1~2학년 때 전공 구분 없이 토론과 프로젝트 중심 수업을 하는 ‘학부 기초대학’을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신청서는 5쪽 내로, 성과는 데이터 기반으로
글로컬대학은 신청과 성과 관리 방식이 기존 대학재정지원사업과는 다르다. 그동안 대학들이 교육부 예산을 따내려 수십 쪽에 이르는 보고서 작성에 매달려야 했지만, 글로컬대학 공모에 신청할 때는 A4용지 기준 5쪽을 넘지 않는 ‘혁신 기획서’만 내도록 했다. 교육부 담당자는 “보고서 부담을 덜고 방향 설정에 집중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 관리 방식으로는 대학이 지역에 미친 영향력을 숫자로 계량화해서 공표하는 ‘영향력(Impact) 분석’이 도입된다. 글로컬 대학들은 지역에 창출한 GRDP(지역내총생산), 지역 정주 인재 수, 지역 고용율, 지방세 납부액 등 정량적인 지표를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공공데이터포털의 건강보험정보와 연계해 글로컬대학 졸업생이 얼마나 지역에 남아 정주하는지 확인해 공표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