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2023학년도 신입생 예비소집’에 학생과 학부모가 참석하고 있다. 교육부 추계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37만9373명으로 2학년 42만1663명보다 10% 적은 규모다. 지난해보다 신입생이 그만큼 덜 들어왔다는 얘기다. /연합뉴스

충북 보은군 산외초등학교의 올해 행사 달력에는 ‘입학식’이 없다. 신입생이 한 명도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학령 인구가 감소해도 작년까지는 한두 명은 입학했는데 올해는 그조차 끊겼다. 지난 10일 졸업식에서 다섯 명이 학교를 떠나면서, 올해 전교생은 열두 명. 학생 수가 너무 적다 보니 2~5학년은 두 학년씩 묶어 한 반에서 공부하는 ‘복식 학급’으로 운영한다. 산외초는 3년째 전교생이 20명을 밑돌면서 내년에는 다른 학교 소속 분교(分校)로 전환될 예정이다.

본지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지난달 예비소집일 기준 올해 신입생 ‘0명’인 초등학교를 조사했더니 147곳(분교 포함)에 달했다. 작년 실제 입학생이 한 명도 없었던 초등교가 121곳이었는데 20여 곳 더 늘어난 것이다. 시·도별로는 경북이 32곳으로 가장 많다. 이 밖에 전남(29곳), 전북·강원(이상 20곳), 경남(18곳), 충북(12곳), 충남(9곳), 경기(3곳), 인천(2곳)순이었고 부산과 제주에도 1곳씩 있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이 학령인구 절벽에 몰리고 있다. 교육부 추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는 37만9373명으로 2학년 학생(42만1663명)보다 4만2000여 명(10%) 적다. 신입생이 1명뿐이라 ‘나 홀로 입학식’을 치르는 초등학교도 전국적으로 작년(136곳)보다 늘어 140곳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신입생이 없거나 전교생이 너무 적어 학교 문을 잠시 닫은 휴교(休校)도 작년 3월 기준 31곳에 달한다.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고교까지 학교가 비어가고 있다. 전남 영암의 미암중은 작년 말 기준 전교생이 두 명(2학년) 있었는데, 모두 3학년 진학을 앞두고 다른 학교로 전학하면서 올해부터 무기한 휴교에 돌입한다. 아직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확인된 곳만 해도 전북(3곳), 충남(2곳), 충북·전남(이상 1곳)에서 입학생이 ‘0명’인 중학교가 나왔다. 강원도에선 고교 2곳에서도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했다. 이 같은 학생 감소 현상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전국 초·중·고 학생 수는 지난해 527만5054명에서 2029년 425만3593명으로 7년간 100만명 가까이 급감할 것으로 추계됐다.

학생 모자라 폐교하는 서울 화양초교 - 13일 오후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 교문이 굳게 닫힌 채 ‘그동안 서울화양초등학교를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화양초는 지난달 마지막 졸업식을 끝으로 폐교했다. 기존 재학생은 인근 다른 초등학교 두 곳으로 재배치됐다. 이처럼 학생 수가 줄어 학교 문을 닫은 초·중·고가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143곳에 달한다. /박상훈 기자

‘그동안 서울화양초등학교를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화양초 교육가족 일동’.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 앞. 굳게 닫힌 철문 위로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1983년 문을 연 화양초는 개교 40주년을 맞는 올해 3월 1일 자로 폐교(廢校)한다. 2008년까지만 해도 전교생이 420명에 달했지만 2013년 183명, 2018년 151명 등으로 계속 줄더니 작년에는 급기야 100명 밑으로 떨어져 84명에 그쳤다. 서울도 학령 인구 감소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화양초는 특히 인근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중심으로 상권이 커지고 주택가가 좁아지면서 타격이 컸다. 지난달 ‘마지막 졸업식’에서 18명이 졸업했고 남은 재학생들은 인근 성수초와 장안초로 나눠 전학을 간다. 60년간 화양동에 살았다는 주민 김영순(86)씨는 “10여 년 전만 해도 분식집과 서점, 문방구가 줄지어 있었던 학교 앞 골목이 전부 식당과 카페로 바뀌는 것을 보고 ‘학생 수가 줄긴 줄었구나’ 실감했다”며 “이제 50대가 된 우리 딸이 졸업한 학교가 문을 닫는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로 학교가 문을 닫는 건 대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에서는 도봉구 도봉고가 일반고로는 최초로 내년 문을 닫는다. 도봉구는 서울에서 인구 감소 폭이 가장 큰 자치구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주민등록인구가 15.4% 줄었다. 도봉고 신입생도 같은 기간 213명에서 45명으로 급감했다. 1학년 학생 수가 40명대로 내려앉자 내신 경쟁이 심해진다는 우려가 커지며 이 가운데 12명은 한 학기 만에 다른 고교로 전학을 갔다.

대구 북구에 있는 조야초는 최근 10년간 학생 수가 100여 명에서 30명대로 줄어 올해부터 분교가 된다. 이 지역 취학 예정 아동 수가 6년간 20명에 못 미쳐, 앞으로도 학생 수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른 시 지역을 보면, 인천에서 올해 신입생 없는 초등학교가 두 곳이고 울산에서는 신입생이 5명 미만인 초등학교가 세 곳이었다.

부산 남구에 있는 신연초는 인근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했다. 부산 내 초등학교에서 입학생이 한 명도 배정되지 못한 건 처음이다. 올해 전교생이 23명에 그쳐 교육청은 휴교를 검토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금정구에 있는 대규모 공업단지 쇠퇴로 인구가 줄면서 회동초·서곡초가 2018년과 지난해 각각 인근 금사초로 통합하고 폐교된 바 있다.

학생 수가 줄면 이처럼 인근 학교와 통폐합되거나 일단 휴교에 들어가고, 휴교가 계속되면 지역 주민 여론 수렴을 거쳐 폐교를 결정하게 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초·중·고 559곳(분교 포함)이 폐교했고, 이 가운데 80곳이 2020년부터 3년 동안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초·중·고 학교 수만 보면 2020년 1만1710곳에서 작년 1만1794곳으로 오히려 늘었다. 교육부 담당 과장은 “작년에 폐교된 학교가 26곳인데, 새로 신설을 승인해준 건 80곳이 넘는다”며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곧바로 폐교되는 것은 아닌데, 신도시에서는 신설되니 전체 학교 수는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인구 밀도가 낮고 학교 간 거리가 멀어 통·폐합이 쉽지 않은 농·산·어촌 지역에서는 폐교를 막기 위한 노력이 잇따른다. 충북 제천 송학중은 올해 졸업생(2명)을 마지막으로 학생이 한 명도 없어 폐교 대상이 되자, 지난해 지역 주민들이 급히 위원회를 꾸려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장학금을 주기 위해 발전기금을 모으고 인근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가정을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송학중으로 와 달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 끝에 올해 신입생 6명이 들어와 폐교 위기는 면했다. 송학중은 올해 교사(7명)가 전교생보다 더 많다. 학생 수가 적은 지역에선 여러 학교를 돌며 예·체능 과목을 가르치는 순회 교사가 있지만, 필수 교과목은 전담 교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처럼 교사가 전교생보다 많은 학교도 생긴다. 교사가 학생보다 많은 학교가 작년에 전국 45곳이었다. 전북 부안의 A중은 학생이 1명뿐이었는데, 교사는 5명이었다.

한 지역 교육청 담당자는 “학교는 주요한 정주(定住) 인프라이기 때문에, 학생이 없어서 학교가 없어지는 곳엔 다시 인구가 모이지 않는 악순환이 시작된다”며 “학교가 없어지는 곳은 지역사회가 쇠락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