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신현종 기자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대학 구조 조정 체제를 도입한다. 운영이 잘되는 대학에는 자율성과 재정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채무가 많고 교직원에게 월급을 제대로 못 주는 부실 대학은 지원을 끊겠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보고서 쓰기’에 매달리게 했던 교육부 평가는 7년 만에 폐지하고, 기업식 재무 진단을 대학에도 실시한다. 정부의 대표적 대학 규제로 꼽혔던 ‘대학 설립·운영 규정’과 학과 신설·정원 규제도 대폭 완화하고, 기업 인수·합병(M&A)처럼 대학 통폐합을 활발히 할 수 있게 법 개정도 추진한다.

교육부는 1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새로운 대학 평가 체제 시안과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2011년부터 대학 구조 조정을 본격 추진했다. 그런데 2015년 박근혜 정부 때부터 발전 계획, 법인 책무성 확보 계획 등 보고서를 평가해 재정 지원 대학을 정하는 현행 평가 체제를 진행해 왔다. 부실대 퇴출은 별도 지표로 정해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을 제한하는 형식으로 해왔다. 그러자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재정이 열악해진 대학들은 정부 재정 지원을 따내려 직원 수십 명이 수개월씩 매달렸고, 탈락한 대학이 불복하는 등 부작용이 꾸준히 있어왔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교육부 평가 체제를 2025년부터 전격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기관 평가 인증과 사학진흥재단의 재정 진단 평가로 정부 지원 대상과 경영 위기 대학을 정한다. 대학으로선 종전에 교육부·대교협 평가를 둘 다 받고 있었는데 교육부 평가가 없어지니 부담이 크게 준다. 이뿐만 아니라, 3년마다 상대평가로 치렀던 교육부 평가와 달리 대교협 평가 인증은 5년 주기 절대평가다. 경기도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대학들이 여러 평가를 준비해야 해서 너무 힘드니 일원화해 달라고 지난 정부 때부터 요구해왔는데, 이번에 받아들여져서 대학들은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 도입하는 사학진흥재단의 경영 진단 평가는 대학의 결산서 재무 지표를 통해 운영 손실, 부채 비율 등 정량 지표를 분석해 경영 상태가 안 좋은 대학을 고르는 것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교육부가 예산을 출연해 만든 재단으로, 법적으로 사학의 경영 개선을 위한 재정 진단을 할 수 있다. 그 자료를 교육부가 앞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대교협 평가 인증과 사학진흥재단의 경영 진단 평가를 모의로 해본 결과, 4년제 일반 대학 185곳, 전문대 133곳 등 대학 총 318곳 중 60~70곳이 탈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교육부의 종전 평가로 올해 재정 지원을 못 받은 대학 수(70여 곳)와 비슷하다. 하지만 앞으로 평가에서 탈락하는 대학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교육부는 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을 못 채우는 대학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경쟁력 있는 대학에는 재정 지원을 늘려 국가 발전의 토대가 되도록 하는 동시에 부실한 대학에는 재정 지원을 끊고 퇴로를 열어주는 두 갈래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 교육부는 내년 대학 지원 예산을 올해 8조원에서 11조2000억원으로 3조2000억원 인상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특히 이 가운데 평가에 통과한 대학들에 나눠주는 재정 규모를 올해 1조원에서 내년엔 1조9000억원으로 100% 가까이 늘린다. 규제도 대폭 푼다. 지금은 이 예산을 인건비, 전기료 등에 못 쓰게 막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이런 곳에도 일부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실현되려면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대학 평가 체제 개편과 대학 설립·운영 규정 개정은 대학 규제 개혁의 신호탄”이라면서 “앞으로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규제 개혁으로, 학령인구가 줄어 위기에 처한 대학이 발전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새로운 대학 평가 체제 시안에 대해 연말까지 대학들 의견을 모아 내년 초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