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연합뉴스

교육부는 16일 대학 평가를 대폭 간소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회계 부정이나 중대 비리를 저지른 대학은 엄정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역량을 갖춘 대학은 지원하되, 비리 대학이나 경영 상태·교육 여건이 나쁜 부실 대학이 연명하게 놔두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학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대학은 법인이 스스로 포기하고 폐교할 수 있게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급격한 학령 인구 감소로 경영이 어려운 대학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년 대입에선 신입생 미달 규모가 4만여 명으로 역대 최대였고, 지금 대학 정원이 그대로 있으면 앞으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통계청이 작년 12월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를 활용해 대학 입학 자원을 예측했더니, 20년 뒤 대학 신입생이 입학 정원에 15만~30만명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에 입학하는 만 18세 인구는 2021년 47만9686명에서 2042년 23만4567명으로 51% 줄어든다. 2042년 만 18세 인구에 현재 대학 진학률(71.5%)을 고려해 대학 입학 자원을 추계하면 현재 대학 입학 정원(47만4996명)에 비해 약 31만명이 모자란다. 18세 인구에 외국인 유학생과 성인 학습자가 지금처럼 꾸준히 늘어난다고 가정하더라도 15만명이 미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금 대학 정원이 그대로 유지되면 20년 뒤엔 대학 10곳 중 3~6곳이 텅텅 빌 수도 있다는 얘기다.

12일 대전관내 한 대학교에서 대전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2023학년도 정시 대전·충청지역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방대 소멸위기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교육 당국과 지자체의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대입정시 모집 일정은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다. /뉴스1

인구 감소 문제가 가시화된 지난 10여 년간 부실 대학 퇴출 관련 법안이 수차례 나왔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9대 국회에서 대학 정원 감축을 교육부가 강제할 수 있고 폐교 대학은 설립자가 남은 재산 일부를 가져가게 하는 ‘대학구조개혁법’이 발의됐다가 여야 대치로 폐기된 게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앞으로 정원 감축이나 통폐합을 강제하기보다 자발적인 통폐합과 폐교를 유도하고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 9월 이런 구상을 담은 ‘사립대학의 구조 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사립대 구조개선지원법)이 발의됐다. 핵심은 경영 위기 대학이 폐교를 결정하면 법인이 해산한 후 남은 재산을 출연해 공익법인·사회복지법인 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10년간 특례를 주는 것. 즉 대학이 어린이집이나 사회복지관, 노인복지·의료시설 등 지역에서 필요한 시설로 업종을 바꿀 수 있게 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끼리 법인이나 사업을 인수합병(M&A)하듯 대학도 다양한 방식으로 통폐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대학이 특정 단과대만 다른 대학에 매각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보건대학이 강세인 A대학이 경영위기대학으로 판정을 받고 폐교를 결정한 경우, A대학은 보건대학 교수진과 교육과정, 재학생만 B대학으로 옮길 수 있다. A대학은 인수 대금을 받아 해산할 때 채무 비율을 낮출 수 있다.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대학을 인수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폐교를 결정한 대학에 한해, 교육에서 쓰는 건물이나 땅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같은 대학의 출구 전략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가능하지만, 계류 중이다. 국회 관계자는 “새로 제정하는 법은 공청회를 거쳐야 하는데 대학 분야에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공청회와 심사 일정이 빠듯해 다른 법안은 진척이 없었다”고 했다. 교육부 담당자는 “한계 대학이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대학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학 현장에서나 사회적으로나 요구가 크다”며 “조속히 통과되도록 협의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