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았던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가 도입 12년 만에 존폐 위기에 놓였다. 교사들 수업 질을 높이고 전문성을 키우자는 목표로 출발했지만 바랐던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평가에서 낮은 점수가 나온 교사들을 재교육 연수를 보내도록 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시행되지도 않았고, 학생들이 교사 만족도 조사 항목에 욕설이나 성희롱 글을 남기는 등 일탈 사례도 적지 않았다.
교원평가는 1990년대 공교육 불신, 교사 자질에 대한 학부모 불만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도입을 검토했다. 당시에는 교사들 반대로 보류됐다가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전면 도입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에도 교육부 장관이던 현 이주호 장관이 주도한 제도다. 매년 9~11월 전국 초·중·고교 모든 교사(교장·교감 포함)를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시행한다. 지난해 전국 초·중·고 1만2000여 교 교원 43만여 명이 평가 대상이었다.
제도가 꼬이기 시작한 건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다. 문 정부는 코로나로 교사들 업무 부담이 크다며 2020년엔 교원평가를 아예 치르지 않았다. 2021년부터는 제도를 크게 바꿨다. 교원평가는 동료 교사 평가와 학부모, 학생(초4~고3) 만족도 조사로 이뤄지는데, 이 가운데 동료 교사 평가를 폐지했다. 온정주의로 교사 간 점수를 후하게 주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지고, 교사 부담도 줄인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평가 결과를 활용하는 방법도 시·도교육청 자율에 맡겼다. 본래 교육부는 평가 결과 2.5점 미만(낮은 점수)을 받은 교사는 최소 60시간, 최대 6개월간 단·장기 ‘능력 향상 연수’를 받도록 했고, 우수 교사(보통 4점 이상)는 학습 연구 특별 연수를 갈 수 있는 인센티브를 줬다. 그런데 시·도교육청 자율로 바꿨더니 시·도 교육청 17곳이 인센티브만 유지하고 페널티(능력 향상 연수)는 없앴다. 2019년 능력 향상 연수를 받은 교사는 170명. 이들이 마지막이었다.
경기도 한 중학교 교사는 “교원평가 결과는 인사나 보수랑 상관없긴 하지만 지금까지 교사들이 그나마 긴장했던 건 능력 향상 연수 대상자가 되면 (학생들 보기) 부끄럽기 때문이었다”면서 “그런데 작년부터는 그것마저 없으니 평가를 하든 말든 별 신경 안 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 과정도 문제였다. 동료 평가 폐지나 평가 결과 활용을 시·도교육청 자율로 맡기는 부분 등은 시행령과 훈령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인데, 지난해 교육부는 그냥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낸 다음 제도를 바꿨다.
이러다 보니 평가 주체인 학생들도 점점 관심이 떨어졌다.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에는 교사 수업이나 생활지도 등에 대해 5점 척도로 평가하는 문항과 선생님에게 바라는 점 등을 작성하는 주관식 문항도 있다. 학생 참여율은 2018년 75.8%에서 2019년 68.8%로 떨어지더니 2021년엔 52.3%(207만4482명)로 급감했다. 학부모 참여율은 30~40%대에 머물렀고 작년엔 36%(192만6721명)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학생들이 만족도 조사 주관식 문항에 “몸매가 좋다” “할매 냄새 난다” 등 교사에 대해 폭언을 남기는 일이 잦아지자 전교조와 교총 등 교원 단체들이 일제히 “교원평가를 당장 폐지하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전교조는 도입 초기부터 폐지하자고 했고, 한국교총은 개선해 시행하자는 태도에서 최근엔 폐지로 입장을 바꿨다. 교총은 “교원평가는 전문성 향상이라는 취지는 사라지고 인기 평가로 전락했다”면서 “학생·학부모도 제대로 참여하지 않아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상당수 학부모는 공교육 질을 높이려면 제대로 된 교원평가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평가 결과가 우수한 교사에겐 인센티브, 문제가 있는 교사에겐 페널티가 확실히 주어져야 학교 수준이 개선된다는 의견이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교사에게 부담스러운 평가지만 학생들이 수업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통로가 없다”면서 “잘 활용한다면 교사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영종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관은 “교원평가는 학생들이 직접 교육 활동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장치라는 의미가 있다”면서 “지난 10년간 성과와 문제점 등을 재검토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