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4차 산업혁명과 저출생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 이후 10년 만에 조직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대학을 규제하고 관리했던 ‘고등교육정책실’은 폐지하고 국가 차원의 인재 양성 전략을 수립하는 ‘인재정책실’을 신설한다. 대학 규제를 철폐하기 위한 ‘대학규제개혁국’, 교육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디지털교육기획관’도 신설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규제만 일삼아 ‘폐지 논란’까지 겪은 교육부가 이주호 장관의 취임과 함께 대대적인 혁신에 나선 것이다. 이 장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재직 시절이던 작년 3월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쓰는 등 교육부의 기능 변화를 주장해왔으며 취임 이후 대대적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교육부는 “내년 1월 1일 자로 대학·학교 등 ‘기관’ 중심의 조직을 ‘기능’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6일 발표했다. 교육부는 현재 대학 재정, 국·사립대 지원, 대학 입시 등 대학 업무를 담당하는 ‘고등교육정책실’과 초·중·고교 담당인 ‘학교혁신지원실’ 2실(室)을 주축으로 운영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됐다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교육부가 독립하면서 현 체제가 만들어져 10년 가까이 운영돼 왔다.

교육부 담당자는 “‘대학’과 ‘학교’라는 기관을 중심으로 조직이 돌아가니 학교들을 규제하고 관리하게 되고, 다른 부처가 저출산이나 4차 산업혁명 같은 사회 이슈에 대해 협업을 하자고 해도 대학·학교 운영과 크게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 잘 나서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다”면서 “앞으로는 교육부가 전(全) 사회의 인재 양성, 사회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대학 규제 업무가 많았던 ‘고등교육정책실’이 12년 만에 폐지된다. 대학 관련 조직은 과거 과(課)나 국(局)으로 주로 운영되다가, MB 정부 때인 2011년 ‘대학지원실(室)’로 몸집이 커져 지금까지 유지됐다. 이번 개편에서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고등교육정책실에 있던 대학 재정, 학사, 법인 등 규제 업무는 별도로 신설되는 ‘대학규제개혁국’으로 옮긴다. 대학규제개혁국은 차관 직속 독립국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고등교육정책실 대신 ‘인재정책실’이 신설된다. 이주호 장관은 MB 정부때 처음 교육부 장관을 맡았을 때도 인재정책실을 만들었지만, 국가 차원의 인재 양성 전략을 세우진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에 신설되는 인재정책실 산하에는 국가 차원의 인재 양성 정책을 기획하는 ‘인재정책기획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대학이 지역 혁신 허브 기능을 할 수 있게 돕는 ‘지역인재정책관’, 직업 교육을 담당하는 ‘평생직업교육정책관’을 둔다. 교육부 송선진 혁신행정담당관은 “인재정책실 소속 국장들은 ‘저출산 시대 핵심 인재 양성’ ‘지역 소멸’ ‘고령화 사회의 평생 교육’이라는 국가적 사회 이슈를 고민하고 정책을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대학과 관련해선 교육부가 정책을 만들어 일방적으로 내려보내는 게 아니라 지자체나 대학이 협력하는 것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주호 장관은 지난달 본지 인터뷰에서 교육부가 예산을 지역 대학에 나눠주기보다 지자체장에게 예산을 주고 지역 대학과 협의해 지역 산업을 일으키는 데 쓰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직 개편에서 관련 업무를 할 과(지역인재정책과·지역혁신대학지원과)를 만든 것이다. 기존 ‘대입정책과’는 ‘인재선발제도과’로 이름을 바꾼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인 학생들에 대한 디지털 교육과 학교 현장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을 담당하는 ‘디지털교육기획관’도 신설한다. 이 장관은 교실에 ‘AI(인공지능) 보조교사’ 등 에듀테크(Edutech)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업무를 종합적으로 맡게 된다.

초·중·고교 교원 양성, 예술·체육 교육 등을 담당했던 ‘학교혁신지원실’은 ‘책임교육정책실’로 바뀐다. 윤석열 정부는 기초 학력 보장, 유아 교육·돌봄 강화 등을 통해 유아·초등 단계부터 학생 간 격차를 줄여주고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국가교육책임제’가 대표적 교육 국정 과제다. 책임교육정책실에서 이런 정책들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단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 통합은 별도 추진단을 설립할 계획인데, 이번 조직 개편에 담기진 않았다. 교과부 측은 “행정안전부와 별도 조직을 만드는 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교육부 조직 개편에 대해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대학 자율을 확대하고 교육부는 지원하는 부서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실대 퇴출 등 대학 구조 조정과 대학 비리 문제가 소홀하게 취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영찬 한양대 교수는 “교육부가 초중고교 업무를 최소화하고, 대학 정책에 집중하면서 국가의 전반적 고등교육 인재 양성 그림을 그리는 조직으로 개편한다는 방향은 옳다”면서도 “동시에 부실 대학 문제, 비리 대학 관리에도 나서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미흡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