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교육으로 다시 한번 국가가 도약할 수 있도록 공교육에 대한 신뢰 회복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신현종 기자

“두 번째 하는 거라서···.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7일 취임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소감을 묻자 웃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 때 3년 가까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하며 굵직한 개혁 정책들을 추진했는데, 10년 만에 다시 돌아와 교육 개혁 임무를 맡은 게 ‘운명’ 같다는 것이다. 연금·노동과 함께 교육은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다.

이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인터뷰 내내 교육을 개혁하겠다면서도 “과거처럼 교육부가 정책 만들어 내려보내는 시대가 아니다” “교육청, 지자체와 협력하겠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MB 정부 때 자사고 설립, 입학사정관제 확대 등을 밀어붙였지만, 이후 부작용이 나타나고 정책이 제자리로 돌아간 것을 보고 이젠 교육부 혼자 개혁을 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았다. 이 장관은 “임기 중 최대 목표가 공교육 신뢰 회복”이라면서 “입시는 미세 조정만 하고, 교실 변화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MB때 대입 제도를 고쳐 교실을 바꾸려는 정책이 실패했다는 걸 자인하고, 입시 제도 개편을 내세우다 교육 본연의 개혁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두번째 장관을 하는데.

“새로운 교육에 대한 요구가 많았던 이명박 정부 때 장관을 했고, 실제 많이 바꿨다. 그랬더니 ‘개혁 피로감’ 얘기가 나오더라. 1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국민이 교육 변화를 원하고 있다. 이럴 때 장관으로 부름 받았으니, 운명이라 생각한다.”

-이번엔 어떤 개혁을 하려 하나.

“지난 10년간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너무 많이 무너져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매달린다. 대학도 큰 위기에 빠졌다. 이 위기를 잘 극복하는 게 교육 개혁 출발점이다. 무너진 교육을 복원하고 4차 산업 혁명에 맞는 새 교육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너무 당연한 말 아닌가. 대학 개혁도 필요성만 계속 얘기되고 있다.

“과거에도 대학 자율화를 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규제를 개혁하고 근본적인 대학 자율화가 이뤄져야 한다. 대학도 결국 지역 사회 일부분이다. 이젠 지역 대학이 중앙정부 전략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지역에 필요한 신산업 발전의 허브(hub)가 될 수 있게 만들겠다. 산업이 바이오나 메타버스 등을 집중 연구하는 대학 랩(lab)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대학을 개혁해야 한다.”

-지자체에 그런 권한이 없지 않나.

“예산 지원, 교육 과정, 특성화 전략 설립 등 교육부가 갖고 있는 대학에 대한 권한을 과감하게 넘기겠다. 궁극적으로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이 바뀌어야 하는데, 현재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현재 고등교육법 상 대학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교육부가 갖고 있다.) 그래서 일단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부터 틀을 바꾸려고 한다. 지금은 교육부 대학 예산이 사업별로 쪼개져 대학에 내려가는데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규칙을 만들어 내려 보내니 대학이 그걸 따내려 보고서 준비에 매달린다. 앞으론 예산을 지역에 통으로 내려 보내 지자체장과 대학이 어떻게 쓸지 같이 상의해 정하도록 하겠다.”

-그런 예산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기존 교육부 대학 예산 8조원과 초중등교육 예산 3조원, 일반회계 2000억원 등 11조2000억원 규모 고등교육특별회계를 만들려 하는데, 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지역 대학에 내려 보내 지자체와 상의해 쓰게 하겠다. 거기다 산업부·과기부 등 각 부처에 흩어진 대학 관련 예산을 모으고, 지자체·산업계에서도 투자를 받아 예산 규모를 30조원까지 키우겠다. 열의 있는 지자체 몇 곳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성공 사례를 확산하겠다. 이걸로 지방대 위기, 지역 소멸, 신산업 발전, 청년 일자리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혁신 생태계를 만든 건 그 지역에 스탠퍼드대와 버클리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지방 대학들이 스탠퍼드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겠다.”

-현행 교육관련법은 대학 설립부터 정원, 등록금까지 규제하고 있는데 가능한가.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국회 환경이 쉽지 않다. 일단 불합리한 교육부 시행령이나 규칙을 찾아서 많이 없애겠다. 지난 10년 사이 교육부의 대학 규제가 많이 늘었다. 최근 편입학 규제를 하나 풀었는데, 대학이 편입 학생을 어느 학과로 뽑아야 하는지까지 교육부가 승인해주는 걸 보고 놀랐다. 이런 걸 과감하게 없애겠다.”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시절 대전 한밭대에서 ‘지역 대학 발전 방안’ 시안을 발표하고 있는 이주호 장관. /신현종 기자

-교육 개혁을 위해 교육부 관료주의를 혁파하겠다고도 했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도 교육부 책임이 있다. 교육부는 더 이상 대학을 산하기관 취급하지 않고 수평적 파트너십을 갖춰야 한다. 지자체·교육청과도 협력해야 한다. 법령을 만들어 집행하는 게 아니라, 현장 문제를 함께 푸는 파트너가 되도록 조직 문화도 바꾸겠다.”

-조직개편도 하나.

“연말까지 하겠다. (몸집이 커진) 고등교육정책실은 폐지하겠다. 하지만 대학과 협력하는 부서는 필요하기 때문에 인재를 양성하는 부서로 개편하겠다.”

-국립대에 교육부 직원을 사무국장으로 파견하는 제도를 없애 내부 반발이 컸다.

“이명박 정부 때 하려다 못한 정책인데 방향은 옳다. 앞으로는 국립대에 직접 개입하는 사무국장이 아니라, 지자체에 산학 협력관이나 교육 협력관으로 교육부 직원을 파견해 대학과 교육청이 지자체와 협력하는 걸 돕겠다.”

-초·중·고교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고등교육 특별회계에 집어넣어 대학 지원에 쓰겠다고 해서 초·중등 교육계가 반발하고 있다.

“초·중등 교육 예산에서 갑자기 잉여가 생겨나니 일부를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을 바꾸기 위한 마중물로 쓰자는 것이다. 초·중등 교육에도 시설, 맞춤 교육 등에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 시설 투자 등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과정이 비효율적이니까 돈을 제대로 못 쓴 게 문제지 필요 없는 건 아니다. 앞으로 시설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교육부가 지원하겠다. (대학에 주려고 초·중등 예산을 계속 줄이면) 교육계가 나뉘어 싸우게 되고, 남는 건 없다.”

-AI(인공지능)튜터 등 에듀테크(Edu-tech)를 활용해 교실 혁명을 달성하겠다고 했는데.

“교육감들이 학생들에게 이미 디지털 기기를 나눠 줬으니 일단 환경은 갖춰져 있다. 그 기기에 ‘AI 튜터’를 넣어 학생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공급하겠다. 수학 시간에 아이들마다 수준에 따라 다른 문제를 푸는 식이다. 내년부터 몇 개 교육청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하겠다. 이상적으론 교사 강의가 사라지고, 교실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교육감들의 협조가 필수적일 텐데 가능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교육감 선거에 나갔을 때 ‘내가 AI 전문가니까 AI 도입한다고 하면 주목받겠지’ 싶었는데, (교육감들이) 다들 공약하더라. 본인들이 공약했으니, 협조해주지 않겠냐”고 했다.

’AI 튜터’는 장관 인사청문회 때 그가 AI 도입을 주장하는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을 맡은 점과 교육감 선거 때 에듀테크 업체의 후원금을 받은 점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에듀테크는 이미 큰 비즈니스로 발전했고, 구글 등 글로벌 최고 기업들이 투자하고 있다”며 “거기에 맡겨야지 국가가 개발하는 건 옳지 않다. 정부는 과감하게 민간 기술을 구매하는 게 좋다”고 했다. 또, “앞으로 AI 도입을 추진할 때 저나 교육부 직원이 절대 이해충돌 문제가 안 생기게 할 것이다. 지적받았는데 문제가 생기면 큰일나지 않겠느냐”라고도 했다.

-최근 “대학 입시는 미세조정만 하겠다”고 했는데 입시 틀은 안 바꾸나.

“노무현 정부 때 시작한 입학사정관 제도를 내가 MB 정부 때 크게 확대했고, 그것이 현재 수시 입시 전형으로 정착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때 수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며 수시가 후퇴했다. 그렇게 된 근본 원인은 입시에서만 수시가 확대됐지 교실은 수능에 맞는 암기 위주 교육을 했기 때문이다. 교실이 안 바뀌었는데, 입시만 바꾸면 또 전처럼 혼란이 일어난다. 지금 할 일은 교실을 살리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계획대로 2025년 전면 도입하나.

“고교학점제 때문에 입시(를 바꿔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면 속도를 조절하겠다. 학점제는 교실을 살리는 수단이지, 전면 도입이 지상 목표는 아니다.”

-교육부는 올 연말까지 고교 체제 개편 방안을 발표한다. 전임 장관이 자사고는 존치하되, 외고는 폐지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되나.

“그렇지 않다. 외고도 폐지할 이유가 없다. 기본적으로 학교는 다양하면 좋으니 폐지할 이유가 없다. 비판을 수용하고 장점이 잘 살아나도록 발전시키겠다. 일반 공립고에도 더 큰 자유를 주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주호

1961년 대구 출생으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경제학) 학위를 받은 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정책대학원 교수를 지냈다. 17대 국회의원(비례)을 지냈고,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정부 교육 공약을 설계했다. 이후 교육과학문화수석, 교육과학기술부 차관과 장관을 거치면서 ‘MB 교육 정책 설계자’로 불린다. 2020년부터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을 맡아 교육 현장에 ‘AI(인공지능)’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가 사퇴한 뒤 지난 7일 10년 만에 다시 교육부 장관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