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가 작년보다는 다소 평이하게, 수학과 영어는 작년과 비슷한 난도로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국어와 수학·영어가 모두 어렵게 출제돼 ‘불수능’으로 불렸는데, 올해 국어는 작년보다 난도가 떨어졌지만 수학과 영어는 비슷한 수준으로 변별력을 갖춘 것이다. 이에 따라 수학 성적이 대입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오는 21일 오후 6시까지 평가원 홈페이지에서 문제와 답에 대한 이의 신청을 받고, 29일 정답을 확정해 발표한다. 수능 성적은 다음 달 9일 수험생들에게 통지된다.
올해 수능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이과 통합 수능’이었다. 모든 수험생이 국어와 수학에서 ‘공통 과목’을 함께 치고, 선택 과목을 골라 응시하는 방식이다. 국어 선택 과목은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등 2과목, 수학 선택 과목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 3과목이다.
1교시 국어는 작년보다는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킬러 문항’이라고 불릴 정도의 초고난도 문제는 없었고, 일부 고난도 문항이 있긴 했지만 작년보다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초 대사량에 대한 과학 지문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혔다. 그렇지만 김용진 동국대사범대부속여고 교사는 “기초 대사량에 대한 과학 지문도 EBS 교재에 나온 내용이기 때문에 EBS 교재를 열심히 본 학생이라면 잘 풀 수 있는 문제였다”고 말했다. 문학 지문의 길이가 짧아지는 추세가 올해도 이어졌고, EBS 문제집에 나왔던 작품이 많이 등장해 학생들이 체감하는 EBS 연계율(50%)도 높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BS 연계 작품은 고전 소설 ‘최척전’, 고전시가 ‘도산십이곡’, 나희덕의 현대시 ‘음지의 꽃’ 등이었다. 김창묵 서울 경신고 교사는 “최상위권에서 국어의 변별력이 다소 하락해 다른 과목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2교시 수학은 어려웠던 작년 수능과 비슷하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초고난도 킬러 문항은 없었기 때문에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다소 쉽게 느껴졌을 수 있지만, 중상 수준 난도 문제들은 꽤 출제돼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모든 학생이 같이 치르는 공통 과목은 작년 수준으로 어렵게 출제됐고, 선택 과목은 다소 쉽게 출제됐다.
지난해 첫 문·이과 공통 시험이 실시됐을 때 수학 공통 과목에서 이과생들이 높은 등급을 휩쓸었는데, 올해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통 과목은 모든 학생을 모집단으로 해서 9등급을 매기기 때문에 이과생의 강세가 예상되는 것이다.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 현상도 있을 전망이다. 보통 이과생은 ‘미적분’ 또는 ‘기하’를, 문과생은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다. 똑같이 만점(원점수)을 받아도 과목에 따라 표준 점수(난도에 따른 보정 점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학생들이 받는 점수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박윤봉 수능출제위원장은 17일 기자 브리핑에서 “선택 과목 유불리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다”면서도 “난도 차이를 (고려해 점수를) 조정하지 않으면 쉬운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유리해지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했다. 어떤 과목을 선택해도 같은 점수를 받는다면 굳이 어려운 미적분을 택하지 않기 때문에 시험 과목에 따른 어느 정도의 점수 차이는 피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3교시 영어 역시 작년과 비슷하게 어렵게 나왔다는 분석이 많다. 작년 영어에서 1등급(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 비율은 6.25%로 전년도(12.66%)의 절반 수준이었다. 올해 역시 1등급 비율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입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김원중 강남대성 입시전략실장은 “듣기 시험이 다소 어려웠고, 최근 9월 모의고사가 1등급이 16%에 달할 정도로 쉬웠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능을 더 어렵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국어는 전년보다 쉽고, 절대평가인 영어는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수학이 대입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표준점수
응시자의 성적(원점수)을 난도에 따라 보정한 점수. 표준점수 최고점은 시험이 쉬울수록 내려가고 어려우면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