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검정(檢定)을 통과한 고등학교 교과서 가운데 일부가 초판 발행 이후 수정·보완하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관련 사진을 여럿 삽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국·검정 교과서 수정 내역’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고교 사회 선택과목인 ‘정치와 법’ 교과서 2종의 2020~2021년 수정판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기존 사진이 민주당이나 문재인 정부 정책 관련한 사진으로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의원의 대표적인 예로 이낙연 전 국무총리 사진을 넣거나, 민주당 로고가 뚜렷하게 보이는 정당 공천심사 현장 사진을 넣는 식이다.

미래엔 출판사의 고교 '정치와 법' 교과서에서 정당공천 심사 자료 사진(2019년 초판)이 더불어민주당 사진(2020년 수정판)으로 바뀌었다. /이태규 국회의원 제공

교육과정이 바뀌지 않아도 교과서는 거의 매년 수정된다. 오탈자나 내용 오류를 바로잡기도 하고, 부적절한 사진이나 그림 자료가 발견되면 교체하기도 한다. 2019년 초판이 발행된 고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 3종에서 ‘인민’ ‘인민 주권’이라는 표현이 쓰였다가, 북한이 자주 쓰는 단어로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다는 지적을 받고 2021년부터 모두 ‘국민’으로 수정한 게 대표적이다.

그런데 고등학생들이 정치를 배우는 교과서에서, 기존 자료사진들이 특정 정당과 관련된 사진으로 교체된 것이다. 예를 들어 미래엔 출판사의 고등학교 정치와 법 교과서에는 ‘정당 공천 심사’를 보여주는 자료로 민주당 공천 심사 사진이 들어갔다. 정당명이 흐리게 처리돼 보이지 않지만, 민주당 로고의 색 배열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기존 사진은 정당 로고가 잘 보이지 않는다.

지학사 교과서는 ‘정치 참여의 주체’를 설명하는 단원에서 이낙연 전 총리(당시 국회의원)가 기자회견하는 사진을 새로 넣었다. 기존에는 사진 속 인물이 누군지 식별하기 어려운 국회 기자회견 사진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 전 총리 사진으로 바뀐 것이다.

지학사의 고교 '정치와 법' 교과서 중 '정치 참여의 주체'를 설명하는 페이지에서 국회 기자회견 사진(2019년 초판)이 이낙연 전 국무총리 사진(2021년 수정판)으로 바뀌었다. /이태규 국회의원 제공

미래엔 교과서는 ‘공청회’ 제도를 소개하는 자료사진으로 2018년 정부가 연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 현장 사진을 쓰다가, 2020년 교과서를 수정하며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 사진으로 바꾸기도 했다. 출판사 측은 기존 공천 심사 사진에는 여성이 없다는 이유로 현직 교사로 구성된 교과서모니터링단이 교체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로 옆 ‘학급회의’ 자료사진에도 여성이 없는데, 공청회 사진만 교체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태규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기피한 연금개혁과 관련한 사진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연상할 수 있는 최저임금 공청회 사진으로 교체한 것 아니냐”고 했다.

미래엔 '정치와 법' 교과서에서 ‘공청회’ 제도를 소개하는 자료사진으로 2018년 정부가 연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 현장 사진이 쓰이다가(2019년 초판), 2020년부터는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 사진으로 수정됐다. /이태규 국회의원 제공

통상 출판사에 교과서 수정 민원이 접수되면, 집필진과 협의해 내용을 수정하고 교육부의 최종 승인을 받는다. 이 의원은 “교과서에 사용할 사진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특정 정당을 연상하거나 암시하는 사진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정치 편향”이라며 “교과서 수정·보완이 정파성을 배제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