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올해 620억원을 들여 시내 모든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나눠 준 태블릿PC, 이른바 ‘디벗’이 한 학기 만에 500건 넘는 고장신고가 접수돼 7000만원의 수리비가 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은 사업을 확대해 2025년까지 모든 중·고교생에게 한 대씩 나눠줄 계획인데, 앞으로 수리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서울시교육청이 국회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4월 서울시내 모든 중1 학생들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한 뒤 6~8월 총 544건의 고장 신고가 접수됐다. 수리비는 교육청이 80%, 학부모(학생)이 20%(최대 4만원)을 내는데, 3개월간 교육청이 6000만원, 학부모가 1000만원가량을 각각 부담했다.
고장 유형으로는 디스플레이(LCD) 파손이 236건(43%)으로, 교육청이 부담한 수리비의 대부분인 5486만원이 들었다. 기기가 침수되거나 키보드·펜슬 등 액세서리가 파손된 경우도 있었다.
디벗은 ‘디지털(Digital)’과 ‘벗’을 합한 말로, 개인 특성에 맞는 맞춤형 학습을 할 목적으로 한 학생에게 스마트기기를 한 대씩 무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620억여원을 들여 학생용 7만4701대, 교사용 1만7887대 등 모두 9만2588대를 나눠줬다. 소프트웨어 구입 비용과 교원 연수·홍보까지 포함하면 들인 예산이 총 680억원에 이른다. 서울시교육청은 2025년까지 3000억원을 추가로 쏟아부어 모든 중·고교생에게 나눠주겠다는 계획이다. 중·고교에 입학하면서 받은 기기를 3년간 가정과 교실에서 쓰다가 졸업하면서 학교에 반납하고, 이를 다시 입학하는 신입생에게 물려주는 식이다. 배터리 성능이 저하 같은 기기 노후화에 따른 수리비 등 부담이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생들에게 태블릿PC를 나눠주고 집과 학교를 오가면서 쓰도록 하면 오락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통제하기 어렵고, 기기 관리 부담이 있다는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됐다. 디벗을 배포하기 8개월 전인 작년 6월 교육청이 교사 7500여명과 학부모 4만2000여명에게 의견 조사를 벌인 결과 디벗 사업에서 염려되는 점으로 ‘학습활동에 방해가 된다’(교사 40.1%·학부모 41.7%)와 ‘스마트기기 관리 부담 증가’(교사 27.2%·학부모 27.6%)가 각각 1·2위로 꼽혔다. 디벗을 학교에서만 사용할지 가정에서도 사용하게 할지 물어봤더니 교원과 학부모는 3명 중 2명꼴(67%)로 학교 수업 및 교내에서만 사용하도록 하는 게 좋다고 답했다.
디벗 사업이 시작된 지난 학기 온라인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아침에 아이 가방 무게를 재니 5.4㎏였는데 그 중 디벗이 1.4㎏. 왜 이렇게 무거운 기기를 매일 들고 다녀야 하는지 답답하다” “수리비는 교육청이 같이 내주지만 분실하면 개인이 다시 사야 해서 학교에 두고 다닐 수도 없다” 등 불만 글이 속출했다.
김병욱 의원은 “총 680억원을 들인 태블릿 무상 보급 사업은 작년부터 설문조사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과 교원, 학부모에게 돌아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