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을 준비할 때, 저와 비슷한 처지를 이겨낸 선배가 1명이라도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선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죠. 그때부터 저와 비슷한 처지 학생들을 위해 경험을 아낌 없이 공유하고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장학생 선발로) 제 꿈에 한발자국 다가간 것 같아 진심으로 행복해요.”

올해 ‘EBS 꿈장학생 공모전’에서 최우수상(교육부 장관상)을 받은 이화여대 우진영(19)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이 같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EBS 꿈장학생 최우수상 우진영 학생/EBS 제공

우씨는 순탄치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1살이 되기 전까진 친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는데, 친아버지가 자녀 양육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는 날도 손에 꼽았다. 그러던 중 우씨가 11살이 된 지난 2013년 친아버지가 사고사로 세상을 떠났고, 우씨는 지금 가정에 위탁됐다. 우씨는 “위탁관계라 서류 상으로는 법적 대리인이 아닌 동거인으로 분류되어 계시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는 세상 누구보다 고마운 분들”이라며 “원하던 대학도 붙고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하니 (위탁) 부모님께서 ‘우리 집에 로또가 들어왔다’며 좋아하셨는데, 그런 응원의 말 한 마디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우씨는 (위탁) 부모님에 대한 감사를 담아 2학기 대학 교재와 기숙사비를 제외한 장학금 대부분을 부모님께 드릴 계획이다.

현재 가정에 위탁된 이후에도 우씨는 단과학원, 유료강의 등 사교육 도움 없이 오로지 학교 수업과 교육 방송만을 활용해 공부를 했다. 위탁된 가정 형편이 풍족한 편이 아니었고, (위탁) 아버지가 정년 퇴직을 앞둔 상황이라 가정에서 위탁가정 지원금과 기초생활수급자 급여 외 추가적인 지원을 해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씨는 “부모님께선 ‘주변 친구들처럼 학원 다니고 싶으면 다녀도 된다’고 하셨지만, 집안 재정 상황을 뻔히 알고 있었기에 늘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씨는 좌절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과 비슷한 상황 속에 놓인 후배들에게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실된 조언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방송 교육 강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가 아닌 강사를 꿈꾸게 된 건, 전국 곳곳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학생들을 최대한 많이 돕고 싶어서다.

우씨는 자신에게 ‘꿈’이란 ‘원동력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매일 밤 잠들기 전, ‘내가 해냈듯, 여러분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조언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고 있는 미래 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상상만으로도 어깨가 으쓱하고 심장이 마구 뛰었어요. 쉬려고 휴대폰을 켰다가 그런 상상 한 번에 자극받아 다시 앉아 공부를 이어나가는 일도 자주 있었습니다.”

/본인 제공 EBS 꿈장학생 상 받은 이화여대 우진영씨

혼자서 꿋꿋이 공부를 하던 우씨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슬럼프’를 겪었다. 사교육을 받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홀로 입시 전형을 공부하고 수시 원서 6장 전략을 세웠다. 학교 선생님들 도움을 받긴 했지만 입시 컨설팅, 학원 등 든든한 조력자들과 함께 하는 친구들에 비해 외롭고 힘든 싸움이었다. 우씨 같은 처지 학생들을 위해 ‘고른기회(기회균등) 전형’이 있었는데 그는 이 전형을 준비했다.

그러나 늘 ‘감사한 입시제도’라고 믿었던 고른기회 전형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는 점이 힘들었다. 우씨는 “고른기회 전형은 한 학과에 1~2명밖에 뽑지 않기 때문에 이 전형에 대한 정보는 입시 카페, 대학 학부 유튜브 채널, 심지어 대교협 자료에서도 찾기 어려웠다”며 “수시 자소서를 낸 뒤에 찾아온 엄청난 불안감과 압박감에 필기구를 잡기 힘들 정도로 손발이 덜덜덜 떨려 보건실에 몇 시간씩 누워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씨는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EBS에 자주 접속해 이하영(수학)과 정유빈(수학) 등 좋아하는 강사 강의를 들었다. 화면으로만 보는 선생님들이지만 수업 시간에 지나가는 말로 해주시는 위로 한 마디가 다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저와 비슷한 환경 속에서도 슬럼프를 극복하고 목표를 이뤄낸 선배들의 사연을 읽다 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제 이야기도 자신의 꿈을 향한 고독한 싸움을 치르고 있는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2011년부터 EBS와 교육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EBS 인터넷 강의로 공부해 성과를 거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올해는 우씨를 비롯해 총 10명의 ‘꿈장학생’이 선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