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남침’ ‘자유민주주의’ 등 표현이 빠진 2022 개정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이 공개되자 학계와 교육계에서 우려가 쏟아졌다. “교육부가 책임지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럴 거면 왜 교육과정을 고치느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교육부는 논란이 커지자 31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6·25 남침’은 헌법정신과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 기본 상식”이라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역사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교육과정 시안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전날 개통한 ‘국민참여소통채널’ 홈페이지에 이날 오후 10시30분까지 고교 한국사 관련 18개의 의견이 달렸다. 대부분 “원래대로 ‘자유민주주의’와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으로 바로잡아달라”는 의견이었다. “고교 한국사에 현대사 비중이 지나치게 비대하다.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균형을 맞춰달라”는 얘기도 있었다.
시안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사편찬위원 등을 지내며 역사 교과서 좌편향 문제를 연구해 온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사는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과목이고 교과서에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드러나야 하는데, 시안대로면 그런 교육 내용이 나올 수가 없다”면서 “이런 식의 개편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유아 인천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일부 역사교육학 연구진이 객관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현대사 교육 내용을 독점하는 건 문제”라며 “올해 고시해야 한다는 데 갇히지 말고 시간을 들여서 한국사 교과서에 무엇을 넣을지 기본 틀부터 다시 짜야 한다”고 했다.
다른 교과목의 교육과정은 모두 개정하고 역사 교육과정만 개정하지 않는 것은 가능하다. 과거에도 역사만 이전 교육과정을 쓴 적이 있다. 다만 교육부는 이번 개정이 2025년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에 맞춰 모든 과목의 교육 방향과 수업 시수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역사만 제외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이날 기자 브리핑을 열고 “현재 공개된 안은 정책 연구 초안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며 향후 국민 목소리를 수렴하고 개선·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중 교육부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교육부가 결정한다기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정리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13일까지 홈페이지에서 국민 의견을 받은 뒤, 16일 전문가 간담회, 9~10월 중 공청회를 거쳐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예정대로 연말에 교육과정을 고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