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안쪽으로 보라색 빛 보이죠? 그게 ‘플라스마’예요.”
지난 5일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 노란 조명이 비추는 클린룸에서 흰 전신 방진(防塵)복을 입고 반도체 증착(蒸着)기를 들여다본 고등학교 1학년 최광인(16)군이 “우와” 하고 탄성을 뱉었다. 최군은 “책에서만 읽었던 플라스마를 실제로 본 건 처음이라 신기하다”고 말했다. 플라스마는 기체가 이온과 전자로 분리된 물질 상태로,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전기가 흐를 수 있게 통로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날은 폴리텍대학교 성남캠퍼스가 올해 처음 시작하는 ‘도대체 반도체가 뭐야?’라는 제목의 ‘반도체 체험 교실’ 첫날. 이 대학 반도체소재응용학과 교수들이 초·중·고교생이나 일반인들이 반도체를 쉽고 재미있게 접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무료 수업이다. 교수들과 함께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먼지를 완전 차단한 클린룸에서 웨이퍼에 빛으로 회로를 그려 넣는 것부터 반도체에 전류가 흐를 수 있게 금(金)으로 만들어진 얇은 선을 회로에 연결하는 작업까지 반도체 공정을 직접 볼 수 있다.
박수영 폴리텍대 교수는 “사람들이 ‘한국이 반도체 1등’이라는 건 알지만, 반도체가 뭔지 잘 모르고 어렵게 느끼기 때문에 인재 영입도 어렵고 저변 확대가 안 된다고 느꼈다”면서 “반도체 산업으로 우수한 인재를 끌어오려면 ‘대중화’가 필수라고 생각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원래 1회당 15명씩 4차례 정도 하려고 했는데, 신청자가 몰려 14회로 연장했다. 처음 예상했던 60명의 3배에 가까운 174명이 신청했다. 그중 초·중·고교생이 134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폴리텍대 담당자는 “최근 정부가 반도체 인재 확대를 강조하면서 반도체에 관심 갖는 일반인이 늘었는데, 특히 ‘맘카페’에 소문이 나면서 방학 때 아이와 오려는 부모들이 많이 신청했다”고 말했다.
자녀 없이 체험에 혼자 참석한 양은옥(44)씨는 “초1, 중1, 고1인 아들들에게 유망 산업이라는 반도체에 대해서 내가 배운 다음 설명해주고 싶어서 왔다”면서 “아이들이 직접 방진복도 입어보고 기계도 다뤄보는 이런 체험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반도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폴리텍대는 국방부와 협력해 청년 장병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기초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반도체를 포함해 인력난이 심각한 분야 대학 학과 정원을 한시적으로 늘려주는 ‘계약 정원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과 기업이 기초교육과 응용교육을 나눠 맡는 형식이다. 교육부도 대학들의 규제를 완화해 반도체 분야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계에선 반도체를 포함해 신기술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해선 학생들이 흥미와 관심을 갖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견학 프로그램이 기업과 대학을 중심으로 많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도 기존 반도체 기업들과 손잡고 교육 인프라를 강화하는 방안을 20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전에는 SK하이닉스가 임직원이 초등학교와 중학교로 찾아가 반도체 산업을 소개하는 ‘SKHU 행복교실’을 운영했고, 삼성전자는 학생 대상 반도체 과학 교실이나 경기·충청 지역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대상 1학년 학생을 위한 반도체 교육 과정 등을 개설하면서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 최근엔 코로나와 내부 사정 등으로 잠시 중단한 상태지만 조만간 이를 부활하고 늘려가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여기에 용인시는 반도체 교육을 전문적으로 하는 고등학교를 신설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15만㎡ 땅에 다양한 반도체 기업이 입주하는 ‘반도체 산업단지 클러스터’를 만들면서 전공 고교도 만들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