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이 11일 충남 부여 롯데 리조트에서 열린 '제85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으로 올해 예산을 3조 7000억원 더 받게 된 서울시교육청이 이 가운데 2조7000억원을 기금에 넣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5일 추경을 반영한 올해 예산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의 올해 예산은 14조3730억원이다. 본 예산(10조6393원)보다 3조7337억원(35.1%) 늘어났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교육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은 정부가 걷는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정하고 있어서 세수가 느는 만큼 같이 늘어난다. 앞서 정부가 올해 초과 세수가 53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2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교육청 재원도 덩달아 많아진 것이다.

교육청은 2조7191억원을 각종 기금에 적립하기로 했다. 늘어난 예산 3조7337억의 상당 부분(72.8%)을 이런저런 사업에 쓰는 대신 쌓아두기로 한 것이다. 먼저 ‘교육시설 환경 개선 기금’에 가장 많은 1조7423억원이 들어간다. 40년 이상 노후 학교를 신·개축하거나 학교 석면 철거·내진 보강 등에 쓰기 위해 모아두는 돈이다. 작년에도 추경으로 교부금이 늘어나자 이 기금에 2800억여원을 적립했고 올해 일부 집행해 현재 800억원 가량 남은 상태다.

‘통합 교육재정 안정화 기금’에도 9620억원을 넣기로 했다. 매년 내국세에 따라 교육교부금이 들쭉날쭉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2019년부터 각 시·도교육청에 만들어진 기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기금을 2020년 만들었는데 실제로 적립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청은 이렇게 기금을 조성하는 이유로 “경기 하강과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 등으로 재정이 축소되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교육청 예산인 교육교부금 중 일부를 떼어내 대학과 평생교육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올해 본예산 기준 줄어드는 교육교부금은 3조6000억원 정도다. 교육청은 “이대로면 서울시교육청이 받는 교부금이 약 4000억원 이상 감소해, 서울 학교 한 곳 당 예산 2억원 이상 줄어든다”고 했다.

기금전출금을 제외한 나머지 약 1조원은 기초학력보장 지원과 급식, 시설 개선 등에 쓰기로 했다. 학교회복지원(1060억원), 학교 도서관을 전면 보수하는 사업(387억원) 등에 1676억원을 쓴다. 전기·소방 등 노후·위험시설과 교육연구실 등 각종 시설 개선에도 2883억원을 편성했다.

인공지능(AI) 교육을 위한 교실 리모델링 등 디지털 교실 전환을 위해 574억원을 편성했고 내년 중·고등학교 신입생에게 스마트기기(태블릿PC)를 나눠주는 데 310억원을 쓰기로 했다. 당초 중1만 대상으로 구입해 나눠주려고 했지만 이번 추경으로 고1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원 대상은 늘었지만, 지금까진 구입해서 나눠주는 방식이었다면 내년부터는 대여하기로 해서 예산 규모는 줄어들었다”고 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최근 교육교부금 축소 논의에 대해 작심 비판을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최근 몇 년간 내국세 증액에 따라 일시적으로 증가한 교육교부금 증액 규모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학생 수 감소라는 단순한 경제논리만 반영해 일방적으로 교부금 축소를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등교육 투자를 위해 유초중등 교육 투자를 축소하는 건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형식으로, 고등교육을 받아야 할 미래 인재를 유·초·중등에서 키워내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