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중학교 2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학급 5230여 곳 전체에 전자칠판을 설치한다고 10일 밝혔다. 전자칠판은 대형 화면에 이미지와 동영상 등 시청각 자료를 띄우거나, 터치 기능으로 그 위에 판서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 서울교육청이 이번 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은 524억원으로 교실당 1000만원꼴이다. 이에 대해 “전자칠판이 꼭 필요하지 않은 교실도 있는데, 예산이 낭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교육청은 작년 287억원을 투입해 모든 중1 교실에 전자칠판을 깔았다. 이를 다른 학년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4년까지 총 2324억원을 들여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든 교실에 전자칠판을 놓는다는 계획이다. 미래 교육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전자칠판이 필요하다는 게 서울교육청의 주장이다.
서울교육청의 전자칠판 설치 사업을 놓고 ‘전시성 사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금도 상당수 교실에 대형 텔레비전과 빔프로젝트가 있어 PC와 연결해 디지털 자료를 수업에 활용한다. 이런 교실은 전자칠판이 굳이 없어도 된다. 전자 기기가 낡아서 바꿔야 하는 교실이 있다면 신청을 받아 지원하면 되는데, 정확한 수요 조사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예산 낭비를 불러온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이 지난해 중1 교실에 전자칠판을 설치하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성명을 내고 “멀쩡한 칠판과 멀티미디어 기기가 있는 교실에다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며 “지자체가 예산을 소진하려고 연말에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것과 같은 일이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전자칠판 사업 확대 계획을 밝히면서 “작년 중1 교실에 설치했더니 활용도가 높았다”고 했다. 중학교 390곳의 교사·교장 등 1604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설문조사한 결과 83%가 ‘전자칠판이 학생 교육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전자칠판을 주 3회 이상 활용하는 교사는 79%였고 수업마다 사용한다는 교사도 67%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설문 주관식 답변에는 “기기 도입은 됐는데 활용 방안에 대한 연수가 없어서 활용도가 떨어진다” “기존 매체로도 충분히 교육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무선 인터넷이 불안정해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등 불만이 적지 않았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디지털 기반 교실을 조성할 필요는 있지만, 거액의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기보다 수요에 맞게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교육청은 “기기 사용이 어려운 교사를 위해 추후 연수와 다양한 수업 나눔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