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서울시혁신공정교육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도·보수 진영 서울시교육감 단일후보로 선출된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았던 서울시교육감 중도·보수 진영 단일화가 다시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달 조전혁 서울시 혁신공정교육위원장이 보수 단일 후보로 선출됐지만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이 잇따라 이탈하면서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 상태다. 새롭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이 출마를 고려하고, 오는 11일에는 ‘탈(脫)정치 교육감’을 표방하는 교육계 모임에서 또 다른 후보를 추대할 예정이라, ‘2차 단일화’가 본격 논의될 것이란 분석이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돈희 서울대 명예교수(전 교육부 장관)가 이끄는 ‘교육감 선거 자문 원로회의’는 지난 6일 조찬 모임을 갖고 서울 교육감 단일화 논의를 다시 시작하는 데 합의했다. 원로회의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각 지역 중도·보수 단일 교육감 후보를 내기 위해 작년 9월 출범한 기구다. 김도연·문용린·이기준 전 교육부 장관들과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주호 이사장은 기획위원으로 참여했으나 출마를 고려해 6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이사장은 “현재 상황으로는 조희연 교육감을 이기기 어렵다는 주변 평가를 냉정히 바라보고 있다”며 “출마할지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에서는 보수 시민단체 3곳이 모인 ‘수도권 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협의회’(교추협)가 지난 2월부터 두 달간 경선을 벌여 조전혁 후보를 확정했다. 하지만 경선에 참여했던 5명 중 조영달 서울대 교수가 단일화 과정이 불공정하다며 도중에 빠져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던 박선영 21세기교육포럼 대표도 “단일화가 합법적으로 다시 추진된다면 후보직을 유지하고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은 19일 서울 강남구 아시아교육협회 회의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세계 주요국은 교육이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현 정부는 집권 기간 교육 분야에서 터진 문제를 수습하느라 허둥지둥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19세기 학교가 21세기 학생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AI를 활용해 낡은 교육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장련성 기자

여기에 또 다른 기구인 서울교육리디자인본부(서리본)가 보수 후보를 추대하겠다고 예고했다. 전·현직 교장이 중심이 된 서리본은 유·초·중등 교육 현장 경험이 많은 후보를 낼 방침이다. 당초 5일까지 확정하겠다고 했지만, 적당한 후보가 없어 재공모를 거쳐 11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주호 이사장이 공식 출마 선언을 하면 중도·보수를 표방한 후보만 5명이 된다. 원로회의는 이 후보들 간 2차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원로회의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한 우려가 오갔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보수 단일 후보가 필요하다는 뜻을 다시 모았다”며 “단일화 방식은 내주 출마할 후보들이 정해지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2차 단일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보수 후보가 이대로 난립하면 3선 도전이 확실시되는 현직 조희연 교육감에 또 패배할 것이란 위기감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교육감 선거에서 박선영 대표와 조영달 교수가 각각 출마해 표가 갈렸던 경험이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두 후보 득표율을 합하면 조희연 교육감 득표율보다 높아 단일화했다면 이길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2010년(6명)과 2014년(3명)에도 보수 후보가 난립해 단일화에 성공한 진보 후보가 당선된 바 있다.

후보들 사이에도 단일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다. 조영달 후보 측은 이날 “단일화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만 확보된다면 언제든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박범덕 서리본 대변인은 “후보 추대 이후 단일화 참여 여부는 후보 스스로가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단일화 없이 승산이 없다는 건 후보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이미 경선을 한 차례 치른 조전혁 후보는 난색을 표했다. 조 후보는 본지 통화에서 “새롭게 후보가 나올 때마다 매번 단일화를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