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전경. photo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보면 새 정부에서 교육부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대선 후보 때 주장했던 ‘교육부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학 등 고등교육을 다른 기관에서 전담하게 하거나 부서 자체가 과학기술 관련 부처와 통합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지난 대선 기간 단일화 이전에 “관료주의적인 교육부가 연구기관으로서의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총리 직속 기구가 고등교육을 관리·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다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장관을 지냈던 이주호 케이정책플랫폼 이사장이 제안한 개혁안이 인수위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교과부가 폐지 9년 만에 부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불거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부는 올해 대대적인 권한 분산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 직속 합의체 행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오는 7월 새롭게 출범하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에서 ‘초당적·초정파적 교육기구’의 필요성이 처음 언급된 후 지난해 국회에서 관련 법령이 통과되면서 20여년 만에 관련 기구가 출범하는 것이다. 대통령 지명 5명, 국회 추천 9명, 교육부 차관과 교원단체 추천 인사 2명 등 총 21명으로 구성되는 국교위는 10년 단위로 중장기적 교육안을 마련한다. 국교위가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쯤이면, 교육부 소관이던 초·중등 교육 행정권도 5년간 조금씩 이관을 진행함에 따라 각 시·도 교육청으로 모두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홀대론 나오는 이유는

이렇게 되면 교육부는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업무만을 중점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새 정부에서 고등교육 전담 기관을 따로 설치하면 교육부는 껍데기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구성에 나타나는 새 정부의 대학 혁신 의지는 남다르다. 연구기관으로서의 대학 활성화가 곧 교육 경쟁력이라는 안철수 위원장의 생각이 위원 구성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인수위원으로는 김창경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남기태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가 임명됐고, 전문위원으로는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 손명선 원자력안전위원회 기획조정관, 김일수 교육부 산학협력정책관, 조철희 국민의힘 정책국장, 김윤정 창업진흥원 선임부장, 최수영 시청자미디어재단 경영기획실장, 황홍규 서울과기대 미래융합대학 교수,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가 확정됐다. 교육학 전문 인사나 유·초·중등 교육 관계자는 한 명도 없다. 안 위원장은 지난 3월 23일 과학기술교육분과 인수위원들과 만나 “과학·기술·교육 관련 정책이 새 정부 성공에 매우 중요한 핵심요소”라고 의견을 모았다.

결국 새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은 ‘대학의 과학·기술 연구 역량 강화’인 셈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으로 대학 혁신이나 교육행정 개편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 위원장의 청사진대로 실행될 가능성이 크다. 안 위원장은 지난 2월 대선후보들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EBS에 출연해 교육 관련 대담을 진행하는 등 미래 교육에 열의를 보여왔다. 또 관료주의적 성격이 강한 교육부에서 대학을 관리하고 규제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여러 차례 표현했다. 이대로면 중장기적 교육정책은 국교위에서, 초·중등 교육 행정권은 시·도 교육청에서, 고등교육은 신설 기관에서 담당하게 될 공산이 크다.

실제 이런 구상을 실무적으로 시행할 방안 중 하나로 이주호 전 교과부 장관의 제안이 인수위에서 검토되고 있다. 지난 3월 11일 케이정책플랫폼에서 발표한 ‘대학 혁신을 위한 정부개혁 방안’ 보고서는 이 전 장관을 포함한 9명의 연구위원이 작성했다. 주요 내용은 △대학을 교육부 산하에서 떼어낼 것 △대학의 연구·혁신·평생교육 지원과 산업·경제·과학·기술 정책을 융합해 총리실 산하 기구가 지원할 것 △대학의 자율성 강화 등으로 정리된다. 대학의 연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총리실에서 규제 없이 대학을 관리하겠다고 약속한 안 위원장의 대선 공약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 보고서는 이 전 장관이 인수위 사람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과정에서 전달됐다. 이 전 장관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인수위에 계신 분들과도 소통을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논의가 됐다”고 말했다.

MB 정부에서 실패한 ‘교과부’ 2탄?

이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교육부와 과학기술 관련 부처가 통합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사실상 이명박 정부에서 신설되고 박근혜 정부에서 폐지된 교육과학기술부의 부활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2008년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해 만든 교과부는 2013년 다시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로 쪼개졌다. 교과부는 독일·일본에서는 교육 담당 부서가 과학기술진흥 관련 업무를 기초교육보다 더 큰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 설립했다.

그러나 실패했던 정책의 표본인 교과부를 다시 불러올 이유가 있느냐는 비판이 교육계 안팎으로 나온다. 교과부에 대해 교육과 과학의 물리적 결합이 화학적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양측에 별다른 발전 없이 해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과학기술부서의 연구와 대학에서 하는 연구가 비슷해 보이니 묶어서 진행한다는 생각은 탁상공론에 가깝다”며 “교육에서의 연구와 기술 연구는 문법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연구는 필연적으로 엘리트주의적인 성격을 갖는데, 보편적이고 교육적인 측면의 연구를 억지로 붙이면 충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이어 “잘하는 대학만 키우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하면 대학 생태계가 정글이 된다”며 “연구기관,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문·사회·예술 등 폭넓게 다뤄져야 할 대학 교육을 지나치게 이공계 위주로만 한정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에서 펼쳤던 정책과 현실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설득력이 있었을지 몰라도 실제 펼쳤던 정책들은 오히려 대학 경쟁력을 깎아먹었다는 것이다. 교육학 전문가인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대한민국 교육을 망친 사람 중 한 명이 이 전 장관”이라는 혹평도 했다. 그는 “이때도 대학에 자율성을 준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며 “지금 사립대학들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등록금 동결이 이때 시작됐다”고 말했다. 사립대학들은 정부의 재정지원과 국가장학금 지원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14년째 등록금을 동결해왔고, 2011년 이 전 장관은 대학 총장들에게 직접 ‘등록금을 올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3월 23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과학기술교육분과 인수위원들과 오찬 겸 업무회의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인수위 제공

이주호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통합 고려”

그러나 교육부 기능을 축소하자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 왔다. 관료주의적 행정과 규제 때문에 대학을 비롯한 교육계 혁신이 수십 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을 교육부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유치원, 초·중등부터 고등교육과 평생교육까지를 모두 담당하면서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관료집단이 돼버린 측면이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한국행정연구원에서 발표한 ‘정부조직 디자인’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정부 조직 중 개편 필요성이 가장 크다는 진단을 받았다. 22명 중 13명의 행정학자가 ‘교육부의 기능을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고, 46명 중 17명의 위원이 ‘교육부의 기능을 축소하고 이관해야 한다’고 답했다. 46명 중 12명은 ‘교육부의 규제기능을 조정하고 민간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특히 교육부의 규제 대상이었던 대학은 현장에서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산학협력과 연구의 경우 담당 부서가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분산돼 있다 보니 현장의 비효율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연구지원은 과기정통부, 대학원생 인력지원은 교육부로 나뉘어 있고 산학 및 산단의 역량강화사업과 평가는 과기정통부, 산단의 관리감독은 교육부로 분산돼 있는 식이라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통화에서 “양쪽에서 규제를 하는 지금 상황을 바꿔 통합해서 관리하자는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 교육부의 역할이 다른 부서로 이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업무를 쪼개 여기저기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관리·규제를 중심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관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규제 타파가 중요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때문에 대학 현장에서는 ‘교육부 기능 축소’에 대해 반색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전문대처럼 특수한 교육지원이 필요한 학교들은 그간 교육부의 일괄적인 고등교육 관리에 불만을 표해왔던 터라 더 반기는 분위기다. 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센터장은 “전문대는 폴리텍대학처럼 고용노동부 관할로 가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을 좀 아는 사람이면 (대학을 교육부에서 분리하는 정책을) 긍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영향력이 축소된 상황을 가정해 이 전 장관은 교육부와 여성가족부의 업무 통합을 제의하기도 했다. 국교위가 출범하고 고등교육도 교육부 담당에서 빠지게 되면 교육부는 영·유아, 보육만 담당한다. 이 전 장관은 “영·유아, 보육 쪽은 교육부에서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얘기도 나오고 하니 가족 기능을 떼내서 교육가족부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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