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지식 전달에 치중하는 수동적 교육보다는 학생들이 무언가를 직접 해보고 되어보는 ‘경험 중심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가르치는 사람들이 전공 이기주의에 빠져 낡고 굳은 지식을 고집하면 안 됩니다. 교수 채용부터 전공·학과 칸막이를 깨야 합니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대학이 혁신을 거부하고 화석과 다름없는 옛 지식에 집착하면 우리나라 미래가 어두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가천대는 내년 1학기부터 강단에 설 정규(정년 트랙) 교수 100명을 채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정년 퇴임하는 교수 인원의 5배를 신규로 뽑는 것이다. 13년간 등록금 동결 등으로 전국 대학이 재정난을 겪는 상황에서 가천대의 대규모 교수 채용에 지원자 1274명이 몰렸다. 이 총장은 “교수 100명 초빙은 대학 재정에도 부담되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대학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투자”라며 “교수 경쟁력이 대학의 경쟁력이고 학생들 경쟁력으로 직결된다”고 했다.

가천대는 이번에 이공계 29개 학과·학부에서 교수 54명을 세부 전공을 따지지 않고 뽑는다. 예컨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뽑을 때 지원자의 세부 전공이 세라믹스, 나노 재료, 정련 공정 등 무엇이든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 경우 다른 대학들은 신소재공학과 현직 교수 가운데 세라믹스 등 전공자가 있으면 이와 중복되는 세부 전공은 채용 대상에서 배제한다. 이 총장은 “기존 교수와 중복되는 세부 전공의 지원자도 뛰어난 연구 역량과 다양한 산업체 경력이 있으면 교수로 초빙하기로 한 것”이라며 “교수 채용에 처음으로 도입한 전공 자율 선택제가 폐쇄적인 학과 칸막이를 깨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가천대가 교수 채용 단계부터 전공 칸막이를 허무는 데 나선 것은 우리나라 대학과 기업의 채용 미스매치가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수도권 일부 대학은 자동차공학과에서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신기술을 거의 가르치지 않고 가솔린 내연기관 수업에 치중해 대학 교육이 산업계 기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총장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이미 왔는데 아직도 낡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이 많다”며 “시대 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대학의 교육 목표와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가천대는 조직 간 경계를 허물어 업무 능률과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경영 방식인 ‘애자일(Agile·날렵하고 민첩하다는 뜻)’을 교육과정 개편에 도입했다. 산업 현장의 수요를 대학 교육에 반영하고자 교육과정개편위원회에 산업계 인사들을 위원으로 위촉했고, 매년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과정 만족도 및 수요 조사 결과를 이듬해 교육과정 개편에 반영하고 있다. 이 총장은 “지식 전달에 중심을 둔 수동적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무언가를 직접 해보고 되어보는 경험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프로젝트 수행으로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가천대는 2020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국내 대학 가운데 최초로 학부에 인공지능학과를 신설한 데 이어 2022학년도 입시에선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보안, 차세대 반도체, 스마트 시티 융합 등 첨단 분야 학과와 전공을 신설했다. 이 총장은 “이 학과들은 로봇 기반 공장 자동화와 사이버 보안, 반도체 산업 첨단화 등에 특화된 실무 중심 교육으로 운영된다”며 “전기차 배터리 등 신산업 관련 학과를 추가로 신설해 2025년에는 이공계 학생이 입학 정원의 60%에 이르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가천대 학생들은 소프트웨어 관련 과목을 4학점 이상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 강의를 4학점 추가로 들으면 ‘소프트웨어 패스포트’ 인증서를 받는다. 이 총장은 “코로나 시대에 백신 패스포트가 필요하듯 IT(정보 기술)가 모든 학문 분야의 기반이 된 지금은 소프트웨어 융합 교육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 꿈을 꾸라’는 격려를 청년들에게 자주 건넨다. 그는 “취업난에 좌절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가슴 아프다”며 “이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정부·기업·대학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