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대입 수학능력시험(수능) 고사장에서 수험생이 소란을 피워 같은 고사실 수험생들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감독관은 해당 수험생에 대한 항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오자 3교시 종료 후 고사실에서 내보냈다.
지난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능 당일 수능장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습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인천 인명여고에서 지난 18일 수능을 봤다는 작성자는 같은 고사실에 있던 수험생의 소란스러운 태도와 감독관의 미흡한 대처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시험 시작 후 “시계 달라” 큰소리친 수험생…3교시 종료 후 퇴실조치
작성자가 수능을 본 인명여고 고사실에 있던 A수험생은 시험 시작 전부터 큰소리로 항의하거나 화를 냈다고 한다. 1교시 시작 후에도 A수험생은 다른 수험생들에게 피해가 갈 만한 행동을 여러 차례 했다. 감독관에게 계속 시간을 묻는가 하면 “시험장에 왜 시계가 없느냐”며 시계를 찾아 감독관이 시계를 풀어 건네주기도 했다. 시험 종료 30분 전쯤엔 화장실 이야기를 꺼내더니 “소변이 마려워 못 참겠다”는 말을 큰소리로 내뱉었다.
A수험생은 1교시 종료 후 쉬는 시간에도 다른 수험생들과 날을 세웠다. A수험생은 쉬는시간에 도시락을 꺼내 먹다가 자신을 쳐다보는 수험생들을 향해 ‘XXX’ 등 욕설을 내뱉고 화를 냈다. 이를 본 작성자는 수능 본부에 찾아가 항의했고, 본부 측은 A수험생의 식사를 제지했다. 2교시와 2교시 후 점심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A수험생은 시험 중 여전히 시계를 찾았고, 점심시간에는 다른 수험생들에게 큰소리를 냈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감독관은 A수험생을 찾아와 “다른 고사실에서 볼 수 있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A수험생은 “지금 공부시간 뺏고 방해하는 거다. 수능 못 보게 한다고 협박한 것”이라며 “감독관을 언론에 제보하고 고소하겠다”고 말하며 거절했다.
A수험생은 3교시 영어 듣기 시간에도 큰 한숨 소리를 내고, 시험 종료 30분 전쯤 감독관에게 “어이없어서 집중이 안된다”며 큰 소리로 항의했다. 3교시가 끝난 뒤에도 다른 수험생들의 A수험생에 대한 항의가 이어졌고, 결국 4교시 시작 전 경찰과 감독관이 찾아와 A수험생을 해당 고사실에서 데리고 나갔다고 한다.
◇감독관 미흡한 대처 지적도…수험생들 ”1년 노력 망쳤다, 피해보상 원해”
작성자는 A수험생에 대한 항의가 1교시 직후부터 있었음에도 3교시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수능 본부 측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며칠을 돌이켜도 속상하고 분한 마음이 가득하다”며 “감독관과 해당 학교 수능 본부가 고사실 전원에게 사과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에 대한 마땅한 보상을 요구했다.
이 글에는 해당 고사실에서 수능을 본 다른 수험생들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들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학생들은 “1년간 죽어라 노력해 재수했는데 한 학생으로 인해 1년이 사라졌다” “돈과 노력, 시간 어떻게 피해보상 해줄 거냐” “그 학생이 중얼거리는 걸 듣고 멘탈이 나가서 1교시 끝나고 ‘나 재수구나’ 했다” “밤마다 계속 생각나 회의감이 들고 눈물이 난다” “사탐까지만 보고 (A수험생 때문에) 멘탈이 나가 제2외국어 시험 포기하고 귀가했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A수험생의 소란이 옆 교실에서도 들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옆 반에서 누가 꽥 소리 지르길래 넘어진 줄 알았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또 “제 친구가 옆 반에서 시험 보고 있었는데 그 친구한테도 들릴 정도였다”는 주장도 있었다.
◇교육청 “수능 본부, 원칙에 따라 돌발상황 대비했다…해결책 강구할 것”
26일 인천시 교육청에 따르면 해당 학교 수능 본부에서 1교시 시작 전부터 A수험생을 주의 깊게 살피며 원칙에 따라 대응했다는 입장이다. 매뉴얼에 따르면 강제 퇴실 조치는 원칙적으로 불가하다. 다만 감독관들은 시험 진행이나 다른 수험생에게 현저한 피해를 유발하는 수험생에 대해 1~2차 구두 경고를 할 수 있다. 만일 구두 경고 후에도 같은 행동이 반복되면 퇴실과 분리조치를 할 수 있다. 수능 본부는 A수험생에게 2차례 구두로 주의를 주고 고사실 분리도 제안했다.
특히 수능 본부 측은 3교시 영어 듣기를 앞두고 혹시 모를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철저히 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A수험생의 성별을 고려해 인근 경찰에 여성 경찰관 지원 요청을 했고, A수험생 고사실 복도에 기존 남성 경찰관 2명 외에 여성 경찰관 2명을 추가로 배치했다. A수험생이 소란을 피워 영어 듣기 진행에 문제가 되는 최악의 경우엔 곧바로 경찰관을 투입해 A수험생을 퇴실조치 하고, 듣기 녹음을 중단했다가 다시 시행하는 등의 대비까지 세워둔 상황이었다. 다행히 듣기 시간은 큰 소란 없이 지나갔으나, A수험생이 3교시 도중 앞자리에 앉은 수험생을 발로 차는 일이 발생했다. 수능 본부는 물리적 피해가 발생하자 이를 퇴실 사유로 판단했고 3교시 종료 후 경찰관을 투입해 A수험생을 분리조치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수험생들의 억울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안타깝게도 평가원에서는 다른 수험생들의 피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적으로 피해보상이 가능한 법적 근거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법률 자문을 구해둔 상황”이라며 “마땅한 해결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